<우리병원진기록>3.뇌동맥류 수술-신촌세브란스 이규창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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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뇌동맥류는 머리 속의 화약고다.강둑이 무너지면 한 마을이 순식간에 물바다를 이루듯 뇌동맥의 파열은 두개골안 공간을 피로 잠식시킨다.
정확히 말하자면 뇌동맥류는 뇌동맥에 생긴 꽈리모양의 기형혈관이다.혈액의 흐름은 마치 강줄기와 같아서 순환과정에서 특별히 압력이 많이 걸리는 부위가 있는데 이곳의 혈관벽이 혈압을 견디지 못해 부풀어 생긴 것이 뇌동맥류인 것이다.가장 많이 생기는곳이 혈관로터리로 불리는 윌리스 환(環).뇌로 올라가는 4개의동맥이 한데 모이는 인터체인지로 머리 중심부에 위치해 수술을 어렵게 한다.게다가 동맥류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표현된다.
연세대의대 신촌세브란스 병원 신경외과 이규창(李揆彰)교수는 76년부터 시작한 뇌동맥류 수술만 지난달 22일까지 1천3백49사례를 시행했다.개인 기록으론 국내 최다는 물론 세계적으로도드문 숫자다.특히 사망률 3.7%는 세계에서 가 장 성적이 좋다는 4%보다 낮아 경이롭다.
그의 3시간여에 걸친 수술은 긴박감의 연속이다.두개골을 3~4㎝가량 드릴로 열고 연두부같은 뇌조직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5~10㎜의 작은 동맥류 입구를 미세한 집게(클립)로 집어 혈액 유입을 막아야 한다.그리고 꽈리속에 있는 혈액 은 물론 뇌속에 흘러나와 응고된 피도 가능하면 많이 흡입,제거해야 한다.
이 모든 수술과정이 2~3㎝의 비좁은 공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장 피를 말리는 작업은 동맥류를 안전하게 묶기 위해 혈류를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클립으로 꽈리를 묶 는 순간.뇌는 일정시간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면 괴사되기 때문에 이때부터 시간싸움이 시작된다.혈관차단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15분.
뇌동맥류는 대부분 증세없이 진행되지만 단 한차례 치료의 기회를 주는 것도 이 병의 특징.발병 1~2주전쯤 참을 수 없는 두통이 찾아와 심각한 사태를 예고하는 것이다.
〈高鍾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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