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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고객정보 팔아 먹는 회사 생존 못하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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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개인정보가 줄줄 새고 있다. 지난 2월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옥션에서 고객 1081만 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에 의해 유출되더니 이번에는 하나로텔레콤이 고객 600만 명의 개인정보 8500만 건을 전국 1000여 개 전화마케팅 업체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옥션 건과 달리 외부인의 해킹을 방비하지 못한 과실이나 부주의의 소산이 아니라는 게 특징이다. 본사 차원에서 개인정보를 배포하는 시스템까지 개발했다는 점, 특히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불법성’을 지적했는데도 정보 제공을 계속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유선 통신분야 2위인 큰 업체가 이 같은 범죄를 태연히 저지를 수 있었던 이유는 명백하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정보통신망법)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정보를 유출한 업체에 대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을 뿐이다.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불법 유통되는 데 따른 피해를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솜방망이 벌칙이다.

이번에 유출된 개인정보는 고객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집 주소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스팸 전화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요즘 극성을 부리는 전화 사기, 즉 보이스 피싱 범죄에 이용될 위험이 더욱 걱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4일 ‘인터넷상 개인정보 침해 방지 대책’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책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주민번호를 대체할 인터넷 개인식별번호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회에 계류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부터 통과돼야 한다. 지난 연말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은 침해 유형에 따라 최대 징역 5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번호 대체 수단 도입을 의무화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보다 포괄적인 ‘개인정보 보호법’을 새로 제정해야 한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팔아먹는 회사는 문을 닫게 만들 정도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