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요한의나!리모델링] 미래를 알면 행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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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인 L씨(35·여)가 상담실을 찾았다. 그는 결혼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상대는 그를 기다리며 늘 옆에 있어주던 남자 친구였다. 그렇지만 남자로서의 매력도, 객관적 조건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이미 몇 군데 점집을 거쳤음에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정신과 상담실을 찾은 것이다. “이 남자와 결혼하면 행복할까요?” “결혼을 할까요, 말까요?” 그는 처음부터 하나의 선택을 골라달라고 조르다 즉각적인 답을 듣지 못하자 실망한 채 떠났다. 과연 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궁금함보다 더 큰 호기심이 있을까. 특히 대학 진학이나 결혼만큼이나 중요한 선택을 눈앞에 둘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너무 궁금해진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 미래를 정확히 알려준다고 해보자. 과연 좋은 일일까. 미래를 미리 안다는 것은 생각처럼 즐거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것은 꼭 불행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서라기보다 미래를 아는 순간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래는 ‘현재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래란 ‘현재의 선택’과 ‘선택 후 과정(노력)’이 합쳐져 만들어진다. 즉 미래를 아는 순간 불확실한 선택의 위험을 관리하고 좋은 결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현재의 선택에만 지나칠 정도로 비중을 두고 산다.

그렇지만 미래의 불확실함이 현실의 힘겨움과 만나면 불안함이 싹튼다. 관계가 해체되고 자신이 미덥지 않을수록 이 불안함은 더욱 커져 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불안함을 잠재울 확실한 무언가를 원한다. 우리가 점이나 운명에 더욱 매달리는 이유다. 물론 대부분은 재미나 심리적 위안 정도다. 하지만 위안을 주는 것은 늘 중독을 부르게 마련이라 습관적인 경우도 꽤 많다.

점뿐이 아니다. 주변을 보면 미래의 선택 권한을 다른 이에게 맡겨버리는 사람이 꽤 있다. 그 심리는 간단하다.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기 싫은 것이다. 누군가 선택에 따라 잘되면 좋고, 안 되면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있기에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어 좋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에는 결정적 오류가 있다. 책임감이야말로 삶을 발전시켜 줄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가 삶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책임감은 삶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때 솟아나는 정신 에너지인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선택을 맡기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책임을 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상담실에는 이런 사례들이 넘쳐난다. “내가 원해 선택한 결혼이 아니었어요.” “내가 선택한 학과가 아니에요.” 그들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기에 스스로 책임질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수동적 태도야말로 그 사람이 겪는 불행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미래의 불확실함과 인간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삶은 성장한다. 불확실함과 불완전함이 있기에 우리는 노력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현실과 다른 공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는 현실의 연장선 위에 존재하며 우리는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즉 오늘의 삶이 어제와 같다면 미래 역시 오늘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미래를 대하는 마음가짐

①삶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운명(運命)이다. 운명은 ‘움직일 운’에 ‘목숨 명’자를 쓴다. 목숨, 즉 삶이 움직인다는 것을 말한다. 삶은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다. 삶을 원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 그것이 삶의 목적이다.  

②장기적 안목의 가치를 중시하라. 미래가 현재의 시간과 공존하지 않으면 변화란 지속되지 않는다. 미래의 시점에서 오늘을 보고 오늘의 시점에서 미래를 준비하라. 미래의 정체성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가자. 이를 위해 5년 후나 10년 후의 미래 자서전을 미리 써보는 것도 좋다. 자신의 삶에 반전을 넣고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③스스로 결정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자. 최상의 결정은 선택의 순간보다는 선택의 과정에 달려 있다. 즉 스스로 결정한 것에 책임을 지고 결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때 비로소 최상의 결정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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