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레저] 죽어도 좋을 맛?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별 희한한 축제가 다 있다.

행사마다 사람들을 모으지 못해 안달인데 웬만하면 오지 말란다. 홈페이지도 없다. 행사 날짜도 오락가락한다. 그나마 단 하루다. 올해 처음 여는 행사인데 배짱이다. 27일 옥천에서 열리는 ‘게릴라 옻순 축제’ 얘기다.

사정을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옻순은 두릅과 비슷한 생김이나 우루시올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있다. 면역력이 없는 사람에게 이 물질이 닿으면 참을 수 없이 가렵다. 그래서 식의약청에서는 옻순을 식품의 원료로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조리해 팔거나 먹을 것으로 만들어 유통시키는 사람이 없는 이유다. 축제에 와도 될 사람, 와선 안 될 사람을 나눈 건 사람들이 옻이 올라 괴로워할까 봐서다. 그래도 오겠다는 사람은 책임지지 못하니 알아서 하란다.

위험한 만큼 맛은 뛰어나 옻순은 ‘땅 위의 복어’라 할 만하다. ‘죽어도 좋을 맛’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 맛에 홀린 사람들은 봄이면 옻순 나는 곳을 찾아 전국을 떠돈다. 옥천의 농민들은 이 점에 착안해 2002년부터 40여만 그루의 옻나무를 심었다. 나무가 자라 생산량이 제법 늘어 올해 처음 축제를 열기로 했다. 영농회 박기영 회장이 말한다. “옻순은 ‘단 3일 동안의 맛’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나는 시기가 짧아요. 날씨에 따라 들쑥날쑥이죠. 그래서 행사 날짜를 미리 정하지 못해요.” 하늘과 새순을 살피다가 날짜를 잡았다. 옻순 축제는 농민이 중심이다. 옻나무의 특성상 군청이 발벗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딸 옻순은 1t 정도로 양이 한정돼 있어 경매는 오전 11시까지만 할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행사장에 마련된 조리기구를 이용해 스스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다. 부녀회에서 대신 조리해 주기도 한단다. 주민들이 개발한 두루치기·비빔밥·오색나물·튀김·초회 같은 요리도 선뵐 예정이다. 옥천의 옻문화를 알리는 전시회와 강연회, 옻을 이용해 만든 염색제품 등을 소개하는 행사도 있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 연주리에서 연다. 경부고속도로 옥천IC에서 25분 걸린다. 27일 오전 10시~오후 5시. 안남초등학교 운동장에 주차장을 마련했다. 안남면사무소(043-730-4561~2), 안남농협(043-732-7008), 옥천 옻나무 영농회(043-733-0039). 비가 내려도 진행한다.

안충기 기자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홈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