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 사람] (98) 대전 서구을 자민련 정하용 후보

중앙일보

입력

대전 서구을에서 도전하는 정하용(55) 자민련 후보는 지난 3월 15일 목원대에서 ‘한국의 꽃 문화’를 주제로 강의했다. 4·15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지만 학생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꽃 문화’는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인 정 후보가 2001년 처음 개설한 교양강좌. 수백명의 수강생이 몰려들어 인기순위 1번을 다투는 과목이다.

“공천이 늦어지는 바람에 폐강을 할 수 없었습니다. 신의를 지키기 위해 강의를 지속하고 있죠. 선거는 선거고 강의는 강의니까요. 선거가 현재를 열어가는 것이라면 대학 강의는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후보는 행정고시(10회)에 패스한 관료 출신이다. 연기군수(32세), 천안시장(39세),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대전광역시 부시장 등을 지냈고, 학계로 옮겨 99년부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의 꽃 문화’란 이색 강좌를 개설한 그는 한밭야생화사랑모임의 대표도 맡고 있다. 2001년엔 중도일보에 ‘정하용의 꽃 이야기’를 주 1회씩 22회에 걸쳐 연재한 일도 있다. 그는 “꽃문화는 우리 꽃에 얽혀 있는 문화현상을 종합적으로 탐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9일 있었던 정하용 자민련 후보의 대전서구(을) 필승전진대회. 그는 “시대의 요구인 정치 개혁에 앞장서 자민련의 새 주춧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절반 이상 물갈이가 돼야 정치를 제대로 개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야생화는 더러운 곳에선 잘 자라지 않습니다. 맑고 깨끗한 새벽 이슬을 먹고 자라죠. 야생화처럼 순수한 정치인이 한 번 되어 보겠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깨끗하면서 동시에 강인한 삶을 살려고 노력해 온 건 야생화를 가꾸고, 꽃 문화를 폭넓게 연구해온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철도청 공무원으로 퇴직한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죠. 아버지는 항상 “두 줄기 철길이 늘 똑같은 간격을 유지해야 탈선이 일어나지 않듯이 언제나 삶의 원칙을 지키며 살라”고 당부하곤 하셨습니다.”

그가 뜻을 세운 서구을은 정부 대전청사를 비롯해 시청·법원·검찰 등 각종 기관이 밀집한 대전의 중심지역. 주민의 95%가 아파트에 살고 수준이 서울 강남에 비견할 만한 정치1번지라고 정 후보는 소개했다. 말하자면 돈을 매개로 한 조직선거가 잘 통하지 않는 지역이다. 그는 “개정 선거법은 정하용을 위한 선거법”이라며, 유권자들이 깨끗한 선거를 바란다는 걸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민들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정 후보는 자신의 강점으로 도덕성과 전문성을 꼽는다. 나아가 이 시대가 정치인들에게 도덕성과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청렴결백의 대명사로 불렸다며 전문성면에서도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다고 강변했다.

▶지난해 목원대학교 ‘한국의 꽃 문화’ 강의차 찾은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제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정 후보(맨 오른쪽). 그는 강의실에서 슬라이드로 보는 것보다 직접 나가서 보고 꽃 향기도 음미할 때 학습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정치를 통해 세 가지를 이루고 싶습니다. 첫째, 정치개혁에 앞장서 자민련의 주춧돌이 되는 겁니다. 정치판이 송두리째 바뀌어야 돼요. 20~30% 물갈이로는 판이 바뀌지 않습니다. 50% 이상 물갈이돼 새 사람들이 집단으로 국회에 들어가야 개혁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생활정치의 문을 활짝 열고 싶습니다. 정치 속엔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녹아 있어야 합니다. 국민 생활 현장 속으로 정치를 끌여들여 국민의 아픔을 달래 주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정치를 펼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전을 국가 발전을 견인할 21세기 한국의 중심으로 육성하는 겁니다. 특히 서구 둔산을 그 중심축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국민적 관심사인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그는 “국가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기보다 정치권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굳이 책임의 무게를 따진다면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문제를 국회가 신중하게 처리하지 못했고, 너무 지나쳤던 면이 있습니다. 아울러 노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고 꼬인 정국을 풀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정 후보는 일찍이 연기군수 시절 무궁화가꾸기운동을 펼쳐 언론에 무궁화박사로 소개된 일이 있다. 그는 ‘한국의 꽃 교주’답게 한국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생활입법에 힘쓰고, 이 일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무대가 들판과 강단에서 여의도로 바뀔지 지켜볼 일이다.

선경식 월간중앙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