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국중.고생 논술경시대회-종합심사평

처음 실시한 대회로 시.도별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학생들인 만큼 기대가 컸으나 결과는 전체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특히 사고의 깊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내용」의 영역에서 대부분의 학생이 크게 미흡한 수준이었다.이 는 본질적으로 체험.독서.사색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특히 중학교 학생은 내용.논리.표현 모든 영역에서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 채점위원들은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논술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논의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글이 매우 많았다는 점은 충격적이었다.어떤 명제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으면 설명해 야 하고,지지하거나 반박하도록 요구했으면 그렇게 해야 하는데도,설명하라는 문제에서 대안을 제시하고,지지 또는 반박하라는 문제에서 논의과정이 생략된 「거친」주장만 펴는 경우가 많았다.
「남녀공학」이나 사회발전의 원리로서 「경쟁의 원리」와 「연대의 원리」문제에 대한 찬.반을 논술하기 위해서는 양쪽이 균형있게 체계적으로 비교되어야 한다.일방적으로 한 쪽의 장점만을 혹은 다른 쪽의 결점만을 서술하는 것은 제대로 된 논술이라고 하기 어렵다.이처럼 일방적 옹호 또는 반박이 감정적 표현과 함께이뤄지는 것은 논술이 아니라 억지 주장이거나 지시문에 불과하다. 논술 측정 영역에서 내용에 40%를 배정한 것은 논술에서 내용이 차지하는 위치가 그 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 주는 것이다.문제와 그 해결에 관련된 사고의 깊이가 곧 내용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이 부분에서 두드러진 결함을 보 이는 것은오늘날의 교육 현실이 논술적 사고보다는 객관적 문제 풀이 위주로 전개되어 온 실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으며,절대적으로 부족한 독서 체험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논술을 그저 또 하나의 입시과목 정도로 알 고 있다면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하겠다.
논증이 단계적.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일방적인 외침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논의과정과 무관하게 결론이 돌출되는가 하면,논거의 제시가 없거나 적절치 못한 비유를 인용하는 등의 문제점도 많이 나타났다.논증은 사실을 바탕으로 논리적 규칙에 맞게입증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많은 학생들이 문단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문단은 하나의 생각 단위가 돼야 하는데도 몇가지의 생각을 한 문단에 섞어놓은 경우가 상당했고,문단과 문단의 연결은 화제와 논리의 흐름에 따라 유기성을 갖추어야 하는데도 긴밀한 관계가 없는 문단의 조합이 나타나기도 했다.
어휘의 부정확한 사용도 두드러진다.문맥에 부적절한 단어,뜻이모호한 단어,잘못된 단어 등이 많이 보인다.사전을 찾아 보지 않고 그냥 들어서 막연히 짐작한 의미로 사용하는 습관에서 비롯된 듯하다.
규정된 분량에 맞춰 쓰는 것은 무엇보다도 앞서 지켜야 할 사항이다.기준분량에서 1백~2백자 정도의 증감을 허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조차 지키지 못한 학생이 많았다.또 자료로 제시된글을 지나치게 길게 인용하거나 풀이함으로써 결과 적으로 알맹이없는 글이 되거나,정작 필요한 논의는 펼 겨를조차 없는 글이 되어 버린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이밖에도 문제의 답안과 상관없는 말이나 표시를 기입한다든가,제목이 엉뚱하거나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다든가 하는 결점도 발견되었다.대부분의 학생이 띄어쓰기를 제대로못했다는 점도 지적해 둔다.
결론적으로 이번 경시대회는 오늘날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수-학습이 논술적 사고와 거리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논술 능력은특정 교과목에서 별도로 교수-학습한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목이 논술적 과정을 통해 교수-학 습될 때 향상될 수 있다.논술의 능력이 중요시되는 이유도 그러한 사고 과정이 삶의 전 국면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충분한 독서와 사색.토론을 습관화 해 모든 교과목에서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깊이있는 사고를 통해 이를 해결해나가는 실력을 지속적으로 연마하기바란다.토론식 수업은 논술 능력의 함양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2회 경시대회에서는 보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