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아는 만큼 번다 환테크의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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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원화가 미국과 캐나다 달러, 일본 엔화, 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해 약세(환율 상승)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업체는 가격경쟁력이 생겨 좋다. 하지만 외화를 팔기보다는 여행이나 자녀 유학을 위해 외화를 사는 경우가 많은 일반인들은 환율 상승이 여간 부담이 되는 게 아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살 수 있는 외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개인 입장에서 환율 상승을 막을 도리는 없지만 귀를 쫑긋 세우면 환전·송금 수수료를 줄이거나 외화 매입 평균 단가를 낮추는 방법은 많다.

◇외화도 공동구매=특정 상품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한데 모여 상품을 싸게 사는 공동구매가 외화 환전이나 송금에도 적용된다. 일반 공동구매와 다른 점이라면 환전 가격 자체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가져가는 환전 또는 송금 수수료가 싸진다는 것.

국민은행은 6월 말까지 인터넷을 통해 공동 환전·송금 이벤트를 실시한다. 이는 정해진 기간 중 인터넷을 통해 신청한 환전·송금액을 합산해 일정 금액에 도달하면 환전 수수료를 최대 70%, 해외송금은 최대 60% 깎아주는 것이다. 예컨대 달러당 1000원의 기준환율을 적용해 1000달러를 환전한다고 가정하자. 국민은행은 일반 창구에서 환전할 때 기준환율의 1.65%를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환전수수료는 1만6500원(100만원×1.65%)이 된다. 하지만 공동구매를 통해 70%의 수수료 할인을 받으면 환전수수료는 4950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기업은행도 인터넷뱅킹의 공동 환전 코너를 통해 환전을 신청하는 고객에게 최고 60%까지 환전수수료를 깎아준다. 게다가 매달 2회씩(1~15일, 16일~말일) 운영되는 공동구매 기간에 은행 전체의 환전 실적이 10만 달러 이상이 되면 수수료를 15% 추가로 할인해 준다. 우리은행은 공동구매 인원이 50명을 넘을 경우 환전수수료를 최대 70% 낮춰 적용한다. 은행들은 현재 미국 달러화에 대해서만 공동구매를 시행하고 있지만 점차 통화 종류를 늘려갈 계획이다.

◇환 헤지엔 외화예금=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간을 짧게 나누어 보면 급등락이 심해졌다. 환율이 높을 때 환전을 했다가 환율이 급락하면 앉은 자리에서 적잖은 돈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외환은행 해외고객센터 이종면 팀장은 “아무리 능력 있는 전문가라 할지라도 환율의 등락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며 “적립식 펀드처럼 필요한 외화를 틈틈이 분할 매수하는 게 환차손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분할 매수한 외화를 은행의 외화 보통예금에 넣어두면 이자까지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보통예금이니만큼 이자율은 높지 않다. 특히 외화는 해당국의 이자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일본 엔화의 이자율은 거의 없는 반면 뉴질랜드 달러는 이자율이 연 5%를 넘는다. 반면 외화 정기예금은 이자가 높지만 일정 기간 목돈을 넣어둬야 하기 때문에 환율 하락 시 환차손의 위험이 있다.

외환은행의 ‘환율안심 외화예금’은 이 같은 환차손을 방지하기 위해 환율이 예치시점보다 하락하면 일정액의 환차 보상금을 지급한다. 예금자 입장에선 환 위험 보험에 들어둔 효과를 얻는 것이다.

또 국민은행의 ‘KB적립식 외화정기예금’은 고객이 환율의 상한과 하한을 정한 뒤 실제 환율이 상한을 넘으면 적립이 중단되고, 하한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로 적립이 된다. 자동적으로 분할 매수 효과를 얻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외환체인지업 예금’은 계좌 내에서 여러 통화로 전환이 가능한 상품이다. 예컨대 달러화로 예금을 유지하고 있다가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를 엔화로 바꾸는 식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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