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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만은 꼭!] 전설이 된 인류지식의 寶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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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톤(左)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묘사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부분 그림).

기원전 4세기 제국 건설의 원정길에 나섰던 알렉산더 대왕의 눈이 반짝했다. 이집트 서쪽이었다. "딱 좋구먼. 여기에 도시를 세우고, 뮤즈(예술의 신)에게 바치는 도서관도 건립하세. 내 이름도 붙이고…." 신도시는 그 뒤 '세계의 배꼽'으로 성장했다. 국제주의 전통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그곳의 심장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때문이다.

신간은 이 코스모폴리탄의 꿈과 유산에 바쳐지는 헌정 도서. 구체적으로 유네스코와 이집트 정부가 주축이 돼 옛 도서관 근처에 현대식 도서관 비블리오테카 알렉산드리아를 세우는 프로젝트와 연결됐다. 내용 역시 국제조직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친구들' 멤버들이 썼다. 주로 호주 시드니 지부의 고고학자 등이 쓴 이 책은 인류역사상 가장 유명한 지식공간을 점검해 보자는 것이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두루마리 책이 최대 70만권까지 소장됐었다. 사진은 기원전 2세기에 파피루스로 만든 종이에 남긴 기록.

역사서이면서도 내용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책에 관한 책'으로 분류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몇해 전에 나온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이광주 지음,한길아트)처럼 책의 문화사에 대한 즐거운 산책으로 읽힌다. 책에 담긴 9편의 글은 여행기.추리소설에서 문학 에세이 등 다양하기 때문에 크게 지루하지는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까지 고대문화의 거대한 꽃이었다. 서구문화의 핵심인 헬레니즘이 이 공간을 무대로 피어났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 문화를 핵으로 하는 그리스 세계를 통합한 공간"(188쪽)이라는 표현도 비친다. 당연히 알렉산드리아는 시끌벅적했다.

로마 등지에서 온 새내기들의 유학 명소이기도 해서 서구문화의 큰 이름인 키케로.필론 등도 여기 출신이다. 배꼽 잡는 내용도 등장한다. 배를 타고 한밤에 도착한 유학생들을 완력을 써 빼돌리거나, 소피스트들인 교수들이 향응을 베푸는 등 '학생 모셔오기' 전쟁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히포크라테스 의학서가 연구되고, 아리스토텔레스 전집이 온전하게 보관된 곳 역시 여기였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는 절반이 역사고, 나머지는 신화다.

기원전 47년 카이사르가 이곳을 점령했을 때 도서관은 벌써 폐허였다. 70만권의 두루마리 책들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사라진 도서관 알렉산드리아는 아직도 '인류사의 전설'이다. 왜 그럴까? "문자로 기록된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소장하겠다"는 원칙, 그리고 보편적 지식에 대한 기여(15쪽) 때문이다. 그런데 왜 책 이름에 '에코의 서재'라는 말이 붙을까. 소설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중세의 도서관을 기억하시는지.

그 도서관의 실제 모델이 알렉산드리아였다. 물론 에코는 비유를 했다. "도서관은 인간의 헛된 노력의 상징이다. 자신이 통제하지도 못하는 것(우주)을 헛되이 이해하려 하고…." 사정이 그러하니 알렉산드리아와 그것이 상징하는 거대 지식 앞에 지나치게 주눅들 필요는 없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아이러니의 감각을 가지고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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