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얘기 듣고 이토록 불신 있었나 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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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최한 국무위원과의 간담회장으로 향하던 중 입구에서 메모를 하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나도 순방 때 두 시간밖에 못 잔 날도 있었다. 그러나 남에게 피곤해 보이면 안 된다. 피곤해하지 말고, 어려워 죽겠다 말고, 이럴수록 이마에 기름이 번쩍번쩍 나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국무위원들과의 오찬 서두에 한 얘기다. 이 대통령은 “자꾸 ‘죽겠다’ ‘힘들다’ 말하면 습관이 된다. 그럴수록 자신 있게 해야 한다”며 “밥 한 끼 먹고 힘내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6박7일간의 미국·일본 방문을 마치고 전날 오후 11시가 넘어 귀국했다. 이튿날 오전 10시에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오찬장에서 국무위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이 발전한 근본 이유는 전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패망 뒤 살아남는 서바이벌 정신 때문이었다’는 일본 경제단체 회장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힘들고 불안할 때 국무위원들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경제가) 어려워도 출퇴근, 안 그래도 출퇴근, 출퇴근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평상대로 하면 위기의식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미·일 방문 결과를 평가했다. 그는 “스스로 성공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남들이 성공적이라고 하니…”라며 “효과적·실용적·성공적인 경제 외교를 했다”고 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오프닝 벨을 울렸는데 당일 주가가 파격적으로 올라, 미국인들이 ‘자주 와서 종 쳐 달라’고 하더라” “워싱턴 하원에서 환영해 주기에 난 모두 자유무역협정(FTA)에 찬성하는 줄 알았는데 지역에 따라 다르더라”고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도, 한국도 국익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과 관련, “문자 그대로 세일즈외교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6월 실무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한·일 FTA와 관련해 “일본이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며 “일본이 보기엔 우리와 비슷해도 깊이 들어가면 차이가 있다. 경제 규모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쇠고기 협상에 대해선 “시기적으로 한·미 FTA와 함께 해서 우리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사후 조치를 잘해야 하며, 특히 축산농가를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 소속 총선 당선인들과의 만찬에서 “미국에 비즈니스로 많이 다녀봤지만 막상 가보니 더 많은 불신이 곳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솔직하게 우리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토록 불신이 있었나(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 얼떨결에 가면서 각오와 준비도 많이 했지만 처음부터 마음을 터놓고 얘기했다”며 “그것은 국가적으로 큰 행운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만난) 첫날 대충 얘기가 다 됐다”며 “많은 불신이 해소됐다”고 했다.

◇정부, 아프간에 경찰 파견 본격 검토=정부는 이 대통령의 미·일 순방 후속대책의 일환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현지 경찰을 훈련시킬 한국 경찰요원을 파견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미국과 합의한 범세계적 문제 대응 협력과 관련해 아프간 경찰 훈련 참여, 평화유지활동(PKO) 확대 참여, 아프리카 지원대책 마련, 기후변화·에너지안보 관련 국가계획 수립, 유엔천년개발목표(MDG)에 관한 유엔 고위급회의 참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서승욱 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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