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미국행 'MB'와 닮은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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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최근 자신의 거취를 놓고 고심하던 끝에 미국행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2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은 현재 미국 워싱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국제문제 대학원 등에 제출할 연구원 지원서를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대학이나 자격ㆍ기간ㆍ시기 등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가게 되면 미국이 유력한 후보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미국행 결심이 포착되자 일각에서는 ‘MB 행보 닮은 꼴’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998년 11월 제15대 총선에서 불법 선거 혐의와 증인 김유찬씨를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정치적 시련기를 맞은 이 대통령은 이후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객원 연구원 자격으로 1년간 공부했다.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며 화려한 재기를 노렸던 이 대통령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 민선 3기 시장으로 당선돼 정계에 복귀했다. 청계천 복구, 대중교통 체계 개편 등 굵직한 실적을 쌓으며 정치수업을 단계적으로 밟은 후 마침내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 대통령의 좌장격인 이 의원은 총선에서 서울 은평을에 출마했지만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 고배를 마셨다. 여당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출마한 선거에서 패했다는 사실 때문에 큰 상처를 입었다. 국회에 무난히 입성한 다음 7월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깨진 것이다. 이 의원 측은 최근 “제17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5월 말까지 국회의원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최종적인 거취는 그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정가에선 이 의원의 미국행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미국에서 휴식기를 가진 뒤 수도권 재보궐 선거나 지방선거, 대운하 본격 시작 시점에서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며 “없는 듯 지내다 이슈를 몰고 재기하게 된다면 이 대통령과 비슷한 모습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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