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공무원봉급 인상배경-官.군.돌아선 마음달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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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對국민 대화합조치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도 투영되고 있다.
28일 홍재형(洪在馨)경제부총리로 부터 96년도 예산안 중간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金대통령은 국방예산의 두 자리수 증가와 공무원 봉급등 처우개선 예산의 증액을 지시했다.
국방예산은 문민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두자리수로 늘어났다는데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93년 9.5%,94년 9.4%,95년 9.9%로 증가율이 억제된 국방예산이 내년에 10.7%로 늘어나는 것은 상징적이다. 당시에는 공산권의 붕괴에 따른 냉전체제 와해와 軍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불신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물론 10.7% 증가라고 해봐야 전체예산안 증가율 14.9%에 비해 아직 낮기는 하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취임초부터 軍에 대한 사정과 개혁의 메스를 대고 국방예산도 한자리수 증액에 머물러야 했던 것을 상기해보면 엄청난 인식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날 洪부총리는 예년과 같이 한자리수 증액안을 들고 金대통령을 찾았으나 뜻밖에도 金대통령은 두자리수 인상을 지시한 것이다. 金대통령이 증액을 지시함으로써 증액될 액수는 1천억원 남짓에 불과하지만 金대통령은 방위예산의 한자리수 증액과 두자리수 증액의 정치적 의미를 모르지 않는다.
金대통령은 그동안 군부대 순시등에서 군장병 사기진작과 하사관처우개선을 약속해왔다.
8.15 광복50주년을 맞아 문민정부에 들어와 사정대상이 된군장성에 대해 특별사면조치를 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軍에 대한본격적인 끌어안기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金대통령의 대북관(對北觀)변화도 큰 요인이다.
金대통령은 취임후 줄곧 북한핵문제에 시달려왔고,그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북한의 위협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최근쌀제공등 대화분위기 조성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자세가 변하지않고 있는 것도 방위예산 증액에 한몫 한 것으 로 보인다.
공무원 봉급 인상도 화합조치의 일환이다.최근 공무원 징계에 대한 일반사면을 검토하고 있고 추석 특별보너스를 50% 지급한다는 발표도 나왔다.공무원 처우개선과 봉급인상을 위해 내년 예산안에서 8~9% 증액한다.당초 재경원에서 예산을 짤 때인 7% 안팎보다 1~2%포인트 증가됐다.
공무원에 대한 조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앞으로 설날 보너스 지급과 함께 추석.설 보너스의 정례화도 검토되고 있다. 일반 기업체 수준에 준해 휴가일수를 늘리고 장기근속 휴가를 신설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새정부 출범 이후 사정의 칼날아래 개혁대상으로 국민의 눈총을받아 복지부동(伏地不動)하던 공무원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수순으로 보인다.15대 총선과 대선에 대비하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경제호황의 열매를 대기업만 수확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영세상인 등에게도 나누어줘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취해지고 있는 일련의 조치와도 맥을 함께 한다.
모두 6.27 지방선거 참패이후 여권내 각종 조사에서 드러난민.관.군심의 이반현상을 되돌리기 위한 조치다.
金대통령의 화합조치가 어디까지 갈지 관심사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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