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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상하이발 호재에 코스피도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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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안개가 걷히자 실적이 진가를 발휘했다. 미국 경기 침체와 중국 증권시장 급락이라는 양대 악재가 어느 정도 가라앉자 세계 증시에 봄바람이 불었다. 오름세를 이끈 건 실적이었다. 지난 주말 미국 씨티그룹과 구글이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자 뉴욕 증시가 급등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상승 파도는 21일 개장한 아시아 증시로도 이어졌다. 때마침 나온 중국 정부의 비유통주 처분 제한조치는 그동안 중국 증시를 짓눌러온 물량 부담을 해소했다.

호재가 겹친 덕에 코스피지수는 21일 지난 주말보다 28.58포인트(1.61%) 오른 1800.48로 끝났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회복한 건 지난 1월 10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이 344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중국 상하이(0.72%), 일본(1.63%), 대만(0.1%) 증시도 오름세로 마쳤다. 증권가에선 코스피지수가 1800선에 가까워졌는데도 국내 펀드에서 돈이 유입된 데 주목하고 있다. 지수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가라앉은 양대 악재=지난주부터 나온 미국 기업 실적이 월가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분위기가 반전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실물경제로까지 파급되지는 않을 거란 기대가 확산했다. 이번 주에도 BOA·TI(21일), 맥도널드·야후(22일), 아마존닷컴·애플·퀄컴·펩시(23일), 3M·모토로라·아메리칸익스프레스·마이크로소프트(24일)가 실적을 공개한다. 대체로 월가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정부의 비유통주 처분 제한 조치는 추락하던 중국 증시에 제동을 걸었다. 상장기업 대주주가 한 달 안에 전체 발행주식의 1%가 넘는 비유통주를 팔 때는 장외에서 기관끼리 대량 매매로 거래하도록 제한했다. 그것도 연례 혹은 반기 보고서에 처분 계획을 밝히기 30일 전에는 팔 수 없도록 했다. 갑작스러운 비유통주 물량 때문에 주가가 급락하는 걸 원천봉쇄한 셈이다. 이 조치가 나오자 중국 상하이증시는 이날 한때 7%까지 반등했으나 중국 기업 실적이 좋지 않게 나올 거라는 우려에 상승 폭이 줄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위원은 “중국에서도 금융·운송·석탄업종 실적은 좋겠지만 원자재 값 상승의 영향을 받은 전력·철강·화학업종은 반대”라며 “업종별로 등락이 크게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1850선까지는 순항”=지난 1월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뒤 2월 반등하자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최근엔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 3월 중순 1500대에서 지난 주말 1770선까지 반등하는 과정에서 펀드로 계속 돈이 들어왔다. 14~17일 사이에만 6852억원이 유입됐다. 이 때문에 지수가 1800선을 넘더라도 초반에는 매물 벽이 그리 높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지수대별 펀드 가입 규모로 보더라도 1700~1750선에 매물 벽이 높았으나 이때 되레 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1800선 위에서 들어온 펀드 자금이 많기는 하나 투자자별로 목표수익률이 달라 일시에 환매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1850선까지는 코스피지수가 순항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적에 초점을 맞춰야=이번 주에도 삼성SDI(23일), 현대차·SK텔레콤(24일), 기아차·삼성전자·하이닉스·KT(25일)가 실적을 발표한다.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은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이 나올 공산이 크다. 다만 최근엔 ‘깜짝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떨어지는 일이 많았다. 실적이 주가에 미리 반영된 데다 기관과 외국인이 이를 매도 타이밍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이 같은 단기 흐름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리서치센터장은 “환율 수혜주는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길게 봐도 안정적”이라며 “단기 주가 흐름에 편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정경민·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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