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佛 구조주의 인류학 창시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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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일생을 한 분야에 파고들었던 노학자가 자신의 학문적 궤적을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경건하기까지 하다.구조주의 인류학을 창시,인류학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지금도 아낌없는 존경을 받고 있는 프랑스의 클로드 레비-스트로 스.86세의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년동안 해마다 역저를 내놓고 있는 그의 학자적 자세는 프랑스인들,더 나아가 세계 지식인들의 귀감이되고 있다.
지난 91,93년에 각각 『링크스의 이야기』(Histoirede lynx.Plon刊).93년 『바라보기 듣기 읽기』(Regarder Ecouter Lire.Plon刊)를 발표했던 그는 매번 생애 마지막 저서가 될 것이라는 논평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 『브라질의 향수』(Saudades do Brasil)를 펴내 학문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
『브라질의 향수』는 그가 아마존강 유역에서 현지조사활동을 벌이던 1935년부터 1939년 사이에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 3천여점중에서 1백80여점을 엄선,인류학적 설명을 곁들인 것이다.그는 지금도 연구실에서 다른 3천여점의 사진을 바탕으로 연구활동을 계속중이다.
『링크스의 이야기』가 최근 영어로 번역 출판된데 이어 『바라보기 듣기 읽기』가 오는 12월,『브라질의 향수』가 내년중에 영어로 번역될 예정이어서 그동안 언어장벽 때문에 그의 학문적 향기를 접할 수 없었던 많은 독자들을 설레게 만든 다.
『링크스의 이야기』는 북미대륙 북서부 해안의 신화를 중심으로美대륙 원주민들의 신화가 아무리 복잡하고 다양해도 공통의 철학적 비전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그의 초기 신화연구에 대한 후기의 성질이 강하다.
『링크스의 이야기』에는 그의 학문 출발점을 엿보게 하는 글이눈에 띈다.
『모든 철학은 모순이 존재함을 인정한다.그러나 그 모순을 극복해 객관적 확실성을 확보하는 방법상에 있어 일관성을 확보하지못할지라도 그 모순이 결코 극복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때많은 인류학자들은 이 말을 궤변이라고 비난했으나 레비-스트로스가 보로로.남비콰라같은 아마존 유역의 부족과 멕시코.페루등 찬란한 문명권의 신화를 하나의 체계로 풀이하는데 성공했다는데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바라보기 듣기 읽기』에서 레비-스트로스는 미술.문학.음악등문학 전반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유감없이 발휘,예술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이라던 그의 평소 지론을 드러내보이고 있다.
최근작 『브라질의 향수』는 그의 대표작『슬픈 열대』(Triste Tropique)로 유명해진 아마존 지역 부족으로 독자들을 안내,그들이 안고 사는 옛시절에 대한 향수를 진하게 느끼게하는 책이다.
현재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으로 활동중인 레비-스트로스는 언어를 음성.문법.의미의 상호구조체계로 보던 러시아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과 소쉬르의 기호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레비-스트로스는 특히 야콥슨의 언어관을 신화같은 언어적 표 현영역으로까지 확대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슬픈 열대』『혈족의 기본구조』등 20여권의 저서를 발표한 그의 구조주의적 접근방법은 인류학 뿐 아니라 역사학.철학.문학비평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그로 인해 인류학도 철학적 깊이와 지적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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