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傾盆-물동이를 기울인듯 비가 억수같이 쏟아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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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傾은「사람()의 머리(頁)가 기울어져(匕)있는」모습을 그린 것으로 「기울다」는 뜻이 있다.경도(傾倒),경사(傾斜),경청(傾聽),경향(傾向),좌경(左傾)이 있다.
盆은 「나누는(分)그릇()」으로 안의 내용물이 쉽게 분리돼 나오는「동이」를 뜻한다.분경(盆景),분재(盆栽),화분(花盆)이있다.따라서 경분(傾盆)은 「동이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비가 많이 오는 것을우리는 「억수같이 온다」고 하는데 미국 사람들은 고양이와 개에견주어 말한다.「cats and dogs」라고 한다던가?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와 비슷한 데가 있다.그들은 그것을 「傾盆」이라고 표현한다.물동이를 이고 가던 아낙네가 잘못해 기울이면물은 단숨에 다 쏟아지고 말 것이다.
한번은 소동파(蘇東坡)가 친구 양걸(楊傑)과 함께 풍황령(風篁嶺,現 저장성 항저우 서남)에 올랐다.옛날 갈홍(葛洪)이 단약(丹藥)을 만들었다고 하는 선경(仙境)을 찾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미처 이르기도 전에 비가 마치 항아리를 뒤엎 은 것처럼(傾盆)억수같이 오는 것이 아닌가.그래서 붓을 들어 한수 적었다. 전조욕상이랍극(前朝欲上已蠟극)-밀랍 먹인 나막신은 다 닳았거늘 흑운백우여경분(黑雲白雨如傾盆)-먹구름 끼고 억수같이 퍼붓도다 요즘 마치 물동이를 기울인 듯한 비가 내리고 있다.엄청난집중 호우로 피해가 많다.침수와 붕괴,교통대란이 발생했다.이 모두가 傾盆의 결과다.하지만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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