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風聞처방이 사람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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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범죄도 알고 지내던 면식범(面識犯)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어떤 일이건 전혀 모르는상태에서는 타인에게 도움은 물론 피해를 주기도 어렵다.
각 분야 정상에 선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한다.모든 일에는 너무나 예외조항이나 변수가 많아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백이면 백명 조금씩은 다 다른 사람의 몸을 다루는 의료행위도환자가 호소하는 어떤 한 두가지 증상을 가지고 질병을 단정하고치료하기에는 어려울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진통제로 부작용이 적어 입원환자에게 가장 많이 쓰이는 T라는 약제도 금기사항이 있다.즉 뇌압이 올라가는 두통환자에게 사용하면 증상이 악화된다.복통에 흔히 쓰는 B라는 약도원인을 밝히지 않은채 쓰다가 장폐색으로 인한 복 통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즉 환자 진료에 「A에는 B」라는 단순 공식을 적용할 수는 없다.
단번에 진단을 내려 확실한 치료를 할 것으로 생각되는 명의(名醫)들도 치료중 환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변수를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진료한다.
문제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전문가의진료를 보조했거나 의료에 관한 몇가지 지식이나 정보를 알고 있는 非전문가중 「내가 半의사요」라고 주장하며 풍월을 토대로 진료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이 경우 대개 신경이 약하다,혈액순환이 안된다,허리가 약하다는 등 모호한 말을 단정적으로 써가며 이런저런 치료법을 제시한다.
또한 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전반적인 불신감으로 인해 유사한 환자를 수없이 진료해온 전문가의 말 대신 「우리 삼촌이 이 방법으로 병을 완치했다」「옆집 아저씨는 이렇게 하니 낫더라」라는말에 혹해 부적절한 치료를 받는 환자도 많다.특 히 의사 처방없이 약을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들이아무런 통제없이 행해지고 있다.
게다가 사람의 질병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자연치유(自然治癒)가 대부분이어서 환자는 자신이 부적절하게 처방(?)받은줄도 모르고 그 처방(?)으로 인해 병이 나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실은 의료행위는 명의도 종종오진(誤診)하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점이다.결코 풍월로는 처방을 내려서도, 진료를 받아서도 안된다.
黃世喜〈本社의학전문기자.醫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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