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담배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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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840년 아편전쟁은 영국의 무역상들이 그들 정부를 부추겨 일어났다.인도에서 재배된 아편을 중국에 숨겨 들여와 재미를 누려온 이들은 중국당국이 아편 밀매에 철퇴를 가하자 그들 정부를움직였다.3년만에 중국은 손을 들었다.
난징(南京)조약으로 광둥(廣東)등 5개 항구가 개방되고 홍콩이 영국 수중으로 넘어갔다.1997년 홍콩의 중국본토 반환을 앞두고 담배전쟁이 한창이다.「흡연대륙에 미국담배를…」이 작전구호다.「속(續)아편전쟁」에 비유되기도 한다.
담배는 서방에서 건강을 해치는 기호품으로 판정난지 오래다.그판로(販路)를 군대가 아닌 무역협상으로 뚫으려는 점이 다를 뿐이다.미국등 선진국에서 담배소비는 격감 일로다.그 구멍을 아시아에서 메우려 든다.
세계 전체 소비 가운데 3 0%는 중국인들이 피운다.현재의 흡연인구는 3억명,남자의 61%가 피우는데 반해 여자는 불과 7%다.미국에서 한 명이 담배를 끊을 때 중국에서는 2명이 담배를 시작하는 꼴이라고 한다.줄담배로 이름난 폴란드와 헝가리는1인당 담배소비 가 세계 1,2위를 달리고,일본과 한국이 그 다음이다.
영국의 대처 前총리가 필립 모리스의 자문역을 맡고 클레이턴 야이터.칼라 힐스등 前무역대표부대표,리처드 앨런.마이클 디버등전직 백악관 참모들이 담배 거인들의 로비이스트로 활약중이다.
홍콩은 말보로의 시장점유율이 40%를 넘는 「말보로 섬」으로불린다. 86년부터 90년사이 일본.대만.한국.태국이 차례로 미국담배의 상륙을 허용했고 그 시장은 확장 일로다.
중국본토상륙을 위한 「징검다리」라고 한다.품질이나 가격보 다광고규제를 우회하는 교묘한 선전기법이 충동수요를 유발한다.카우보이를 젊은이의 역할 모델로 부각시키고,록 음악회. 패션 쇼.
스포츠대회의 후원자로 말보로.살렘.켄트의 이미지를 은연중 심는다.담배에 관한 한마디 언급없이 청소년과 여성 들을 흡연으로 이끄는 테크닉이다.국가 전매(專賣)품으로 광고가 따로 없던 시절과는 딴판이다.
금연운동단체들의 저항도 거세다.방콕의 한 금연단체는 미국의 시장전략이 주효할 경우 흡연으로 인한 아시아인들의 사망자는 2차세계대전.한국전쟁.베트남전쟁 때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경고한다.담배가 합법적 제품인 이상 특정제품의 수입을 막을수는 없다.수요확장만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국민 건강을 좀먹는 점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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