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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그림 100편에 담아낸 ‘광주 10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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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광주 100년의 역사를 100편의 그림에 담은 ‘광주 백경’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이끌었던 숱한 사건들 속에서도 따스한 정감을 잃지 않았던 광주라는 공간의 의미를 시민들과 함께 되새기고 싶었습니다.”

한국화가 하성흡(46·사진)씨가 광주 100년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광주 백경(百景)’ 선보였다. 이 그림은 가로 8.5m 세로 1.8m 크기의 대작. 한지에다 혼합재로로 그린 한국화 100편을 이어 붙였다. 한편의 그림이 가로 42.5㎝ 세로 36㎝ 크기다.

구한말 동학혁명에서부터 광주학생독립운동을 거쳐 6·25전쟁,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광주를 무대로 숨가쁘게 펼쳐졌던 역사의 현장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탈바꿈할 옛 전남도청 앞의 눈내리는 거리, 지금은 흔적조차 사라진 옛 계림동 시청 터의 경양방죽 뱃놀이, 말이 끄는 수레, 양림동 광주천 물놀이 풍경 등을 담았다. 서울서 힘들게 내려와 명절을 쇠는 모습도 그렸다.

노랑·초록·보라·빨강·파랑 등 한 컷 한 컷 다르게 단색조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으로 그래 냈다. 마치 슬라이드를 통해 100년 세월이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듯 하다. 하씨는 이번 작품을 위해 광주시청의 기록사진들과 고서적 등을 뒤져 자료를 모았다.

그는 “1997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에 광주를 테마로 한 영상작을 출품한 이후 주제에 대한 미진함에 남아 그 동안 죽 광주의 정체성을 회화에 담아내는 구상을 해 왔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광주비엔날레 공간전에 5·18의 상징적 무대였던 상무대를 포함, 옛 전남도청·용봉지구 등 5곳을 담아 영상기록물로 냈다.

이번 작품은 최근 막을 내린 광주비엔날레 홍보자료관 개관기념전에 처음 전시됐다. 1995년 1회부터 2006년 6회에 이르기까지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던 광주출신 작가 20명의 최신작을 소개한 자리였다.

하씨는 ‘광주백경’을 23일쯤 광주시 동구 한식당 ‘무진주’로 옮겨 영구 전시할 예정이다. 작품이 워낙 커 작업실에 보관하기가 마땅치 않은데다 보다 여러 사람과 함께 작품의 의미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자라나는 세대가 부모와 함께 광주를 되돌아 보고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씨는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무등산·소쇄원·광주도심 풍경·인물화 등을 그려왔다. 전통 수묵화부터 시작해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혼합재료 회화,조각,설치 등 다양한 기법을 선 보였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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