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 '强穩 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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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규 신화를 이어가겠다." "물 노조를 끝장내겠다."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사장 강경호)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에 노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5일 근무제와 인력 감축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하철공사의 새 노조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춘투(春鬪)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부터 지하철공사 노조원 9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12대 노조위원장 선거에는 '무분규 전도사'로 불리는 배일도(54.사진 (左))후보와 '40대 기수론'을 내건 강경파 허섭(44.(右))후보가 맞붙었다. 개표는 19일 오후 1시부터 한다.

'온건-강경파'를 대표하는 두 후보는 색깔이 명확하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두차례 옥살이를 했던 배후보는 대립주의 청산을 외치고 있다. 그는 "세계화시대에 노사의 극한 대립은 공멸을 자초할 뿐이므로 양보하고 협력해야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고 주장한다. 1999년부터 이어온 무파업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그는 ▶사업 다각화를 통한 고용 보장▶학자금 지원 등 후생복지 확대▶정년 58세→60세 연장▶주 5일제 근무 법제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87년 초대위원장을 거쳐 99년 이후 5년간 9~11대 위원장을 맡으면서 무파업으로 '파업철'의 오명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 배후보는 최근 노사 협력을 주제로 한 책 '공존의 꿈'을 출간했다.

대항마인 허후보는 "배후보가 5년간 독재하는 바람에 노조의 자주성.민주성.투쟁성이 상실됐다"며 "민주역량이 총집결된 강력한 집행부를 만들겠다"고 맞섰다.

그는 ▶노사협조주의 타파로 투명성 확보▶노조 민주적 운영▶고용안정 및 노동시간 단축▶철도 등 타 사업장과 연대 강화에 힘을 쏟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새로운 시작, 고용 안정의 희망을 쏘아 올린다'는 공약을 내건 허후보는 "철도노조.도시철도노조 등과 연대해 구조조정 철회 등 고용 안정의 공동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혀 파업도 불사할 뜻임을 내비쳤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89년 지하철공사에 입사한 그는 차량지부장과 노조 정책실장 등을 지냈으며 94년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번 지하철공사 노조 선거는 노조위원장과 지부장 4명(역무.승무.기술.차량), 지회장 43명 등 총 48명의 집행부도 함께 뽑는다. 양측 지지자들은 "물 노조를 이끈 사람을 단죄해야 한다" "타협을 모르는 애송이"라며 상대방의 신경을 건드리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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