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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부대 보초 있으나 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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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위조한 장교 신분증과 군차량 번호판으로 군부대를 제집 드나들 듯 하던 민간인이 붙잡혔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에 따라 전군에 경계강화 지시가 내려진 가운데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 군 경계에 구멍이 뚫린 것은 2002년 수도방위사령부 총기 피탈 사건과 해병대 탄약 분실 사건에 이어 2년 만이다.

육군 헌병대는 18일 高모(49.경기도 부천시)씨를 군부대 무단 출입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육군에 따르면 高씨는 지난 14일 오전 대령 계급장을 단 육군 근무복에 위조한 장교신분증을 소지한 채 군 차량번호를 부착한 아반떼 승용차를 타고 대구 모사령부 독신자 숙소로 들어갔다. 高씨는 위병의 요구에 따라 신분증을 제시하고 일단 통과했다. 그러나 마침 위병소에 있던 모 대위가 장교 신분증이 빛이 바래고 조잡하다고 생각, 위병을 통해 재확인을 지시했다. 몇 십분 후 高씨는 독신자 숙소에서 나와 위병소를 통과할 때 위병이 재차 신분 확인을 요청하자 달아났다. 군은 경찰과 공조해 이 차량을 추적하던 중 17일 경기도 화성시 제부도 앞에서 모부대 위병의 신고를 받아 高씨를 검거했다.

육군 당국은 高씨가 자신의 아반떼 승용차 수리비를 받으러 따라온 정비소 직원을 따돌리기 위해 군부대를 침범, 독신자 숙소 안을 돌아다닌 단순사건이어서 일단 한숨을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高씨는 이전에도 군부대를 수시로 드나든 상습범으로 밝혀졌다. 그는 1996~97년 사이에 20장의 장교 신분증을 위조했다고 헌병에게 진술했다. 당시 高씨는 군 부대를 무단출입하면서 구내식당과 시설 등을 미리 보아뒀다가 민간인 10여명에게 구내식당 운영권과 군납권을 따주겠다며 사기를 벌였다는 것. 그는 이들에게서 2000여만원을 뜯어냈고 97년 사기죄로 구속됐다.

高씨는 지난해 10월 출소한 뒤 숨겨두었던 신분증 2장과 장교복으로 다시 사기를 시도했다. 그는 이날 검거되기 전까지 육군 후방사단과 군 골프장 등을 수차례 출입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육군 관계자가 말했다.

육군은 高씨가 97년 1월 발생한 화성 총기 피탈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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