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분 한달만에 수습-李총재 "休戰"제의 구당파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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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당의 내분이 마침내 수습됐다.이기택(李基澤)총재와 구당파는 23일 심야 협상을 통해 8월 전당대회 개최에 합의했다.
이로써 신당창당후 한달여만에 민주당 내분은 완전히 해결됐다.
공동대표로는 李총재측이 박일(朴一)고문을,구당파는 홍영기(洪英基)국회부의장을 각각 추천할 예정이다.공동대표들은 같이 법적대표로 등록하기로 했으며 양쪽 추천의 최고위원들 2인씩으로 지도부를 구성키로 합의했다.끝까지 논란을 벌인 28일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열되 합의의 형식을 보이기 위 해 당일 하루만 열기로했다.당직및 조직책등 지분문제는 논의치 않기로 했다고 협상대표들은 전했다.어차피 합의의 모양새를 보이는데 이견을 굳이 얘기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이처럼 당 분란이 마무리되는 계기는 李총재가 마련했다.李총재는 이날 청와대 오찬 참석에 앞서 북아현동 자택에서 당대표 불출마 의사를 표명했다.그는『전당대회에서 나는 공동대표에서 빠지겠다』고 말했다.李총재의 선언이 알려진 직후 구당 파의 김원기(金元基).이부영(李富榮)부총재등도『똑같은 결심을 했다』고 화답했다.당권싸움을 중지하자는 李총재의 휴전제의를 구당파가 받아들인 것이다.구당파로선 李총재가 대표 불출마「카드」를 던진데 대해 계속 토를 달았다가는 자칫 비난을 혼자서 뒤집어쓸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음직하다.결국 뭔가 명료하진 않지만 당 내분 수습을 우선하자는데 양측이 공감한 것이다.양측은 겉으로는 양보했다.그러나 지금의 분란 종식은 한시적인 봉합에 불과하다는 것이중론이다.
총선을 앞두고 12월에 있을 또한번의 임시전당대회가 진정한 당권장악을 위한 전장(戰場)이기 때문이다.
양측의 물밑 세대결도 계속될 전망이다.
李총재와 구당파는 이미 다음 전당대회 윤곽에 대해 서로 생각이 다르다.
李총재는 12월 전당대회가 총선 전에 열리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그때의 지도체제는 총재중심의 단일지도체제가 되어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선거채비를 하려면 강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구당파는 생각이 다르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려면 反3金과 세대교체의 분명한 표시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언뜻보면 李총재와 생각이 일치하는 것 같지만 방법론은 다르다.구당파는 정치개혁시민연합(政改聯)등외부 개혁지향세력 의 대대적 영입을 의식하고있다.
반3김 세력을 민주당 중심으로 끌어들여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것이다. 그래서 영입인사등을 포함한 공동대표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본다.단일지도체제론과 집단지도체제론의 충돌이다.양측의 이견과 갈등은 12월 전당대회가 가까워올수록 점차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이 아니다.양측은 이번 분란의 와중에 쌓인 불신의 앙금이가시지 않은 상태다.당 수습이 늦어진 것도 서로에 대한 불신이너무 진해서였다.李총재측은 구당파중에 신당인 국민회의측과 합당하려는 인사들이 있다고 의심했었다.구당파도 마 찬가지다.일부 구당파인사들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민주당의 틀을 원하지만 李총재가 지도부에 남아 있어선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민주당이 이같은 갈등을 정리해 내년 총선에서 반3김 세결집의 중심축으로 제 역할을 일궈낼지는 이제부 터가 시작인 셈이다.
〈朴泳秀.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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