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라의KISSABOOK] 파랑새 찾아 떠나기 전에 꼭 생각해 볼 몇가지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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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취업난 시대에 아이러니한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른바 파랑새 증후군. 뚜렷한 비전도, 치열한 노력도 없이 막연히 더 나은 직장의 환상을 쫓아 사표를 던지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류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파랑새』의 주인공 치르치르와 미치르를 필요로 하고, ‘행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대물림해 가르치고 있는 것이리라.

내 자녀만큼은 뼈저린 생의 시행착오를 피해가기 바라는 엄마들을 위해 『파랑새』에서 한 발 더 나간 진리를 전하는 유리 슐레비츠의 『보물』(시공주니어)을 소개한다.

저녁을 굶고 자야 할 만큼 가난한 이삭은 보물을 찾아 먼 길을 떠난다. 그곳에는 정말로 꿈속에서 받은 계시처럼 번쩍번쩍 보물단지가 기다리고 있을까? 물론 아니다. 이삭은 자기 집 아궁이에서 보물을 발견한다. 이삭은 “가까이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멀리 떠나야 할 때도 있다”고 말한다.

생각해 볼 말이다. 중첩된 의미가 담겨 있다. 먼 곳을 떠돌았기 때문에 이삭은 자기 집에 보물이 묻혀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됐고,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와 꿈을 성취할 수 있었다. 원점으로 돌아왔을 뿐인 시행착오조차 큰 그림에서 보면 생의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확고한 목표의식 없이 떠도는 자의 방황과 추구하는 이상이 확실한 자의 실책은 무게가 다르다. 도달하는 지점이 다르다. 시행착오가 두려워 안주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보다 그 차이를 아는 지혜를 가르치는 편이 훨씬 더 든든한 성공 보험이 아닐까.

샤토시 이타야의 『꿀꿀꿀 아줌마, 뭘 찾아요?』(은나팔) 또한 파랑새의 기본 교훈을 담고 있지만 변형 가미된 진리가 보너스로 숨어 있다. 작은 인형을 주워 무심히 가방에 넣은 꿀꿀꿀 아줌마는 동생 안나가 잃어버린 보물을 찾으러 천지사방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아르고를 도와준다. 숲 속 동물들이 모두 동원됐으나 보물은 코빼기도 보여주지 않는다. 당연하다. 보물은 다름 아닌 가방 속에 꼭꼭 숨은 인형이었으니까.

‘무엇을 찾고 있는지가 불분명하면 노력은 허사로 끝나고 만다.’ ‘내게 소중한 것이 남에게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아이들은 소박한 파랑새의 교훈 위에 행복의 잔가지까지 훑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대상 독자는 부푼 꿈을 안고 행복 찾기 여정에 오른 8세 이상의 어린이와 동서남북에 고루 숨은 행복 퍼즐을 모조리 맞춰 주고픈 엄마들.

임사라 <동화작가> romans8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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