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속았다던 한나라 공천, MB “나도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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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이 18대 총선의 한나라당 공천 결과에 대해 “나도 충격적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강재섭 당 대표와 가진 조찬 회동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강 대표가 최근 대구 지역 언론인들과의 모임에서 소개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강 대표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11일 대통령과의 정례 회동 때 당의 공천이 화제에 올랐다”며 “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말했는데 나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씀하시더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충격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박희태 국회부의장의 공천 탈락 등 영남 지역의 대폭 물갈이를 가리킨 것이라고 한다.

강 대표는 “당시 내가 대통령께 ‘박 대표가 속았다고 했지만 나도 엄청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의 말씀이 이어졌다”며 “충격적이라고 한 건 영남권 공천 등 막판 공천이 나나 대통령의 뜻과 다른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무성 의원이나 박희태 부의장의 공천 탈락은 나로서는 생각도 못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하지만 당 대표의 입장에서 내가 어떻게 공천심사위가 공천을 잘못했다는 말을 하고 다닐 수 있겠느냐”며 “그래서 총선 당시 지역을 다니며 ‘공천에서 옥석 구별이 잘 안 된 측면이 있다’는 정도로 순화시켜 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이어 “이 대통령이 충격적이라고 말한 것은 이번 공천에 자신이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공심위가 완전히 자율권을 갖고 공천했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자 박 전 대표 측은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이라며 발끈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국민의 70%가량이 잘못된 공천이라 했고, 그것이 선거 결과로 이어졌는데 대통령이 마치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측근도 “박 전 대표의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발언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지만 이 대통령의 말에선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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