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가죽.인조비단 국내연구 활발-업계,특허 출원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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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천연의류소재의 마지막 보루(堡壘)로 여겨지고 있는 「가죽」과「비단」마저 인공의 힘으로 정복하기 위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죽을 모방하는 인공피혁 연구는 40년대부터 직물위에 PVC코팅을 하면서 시작돼 직물위에 폴리우레탄을 코팅하는 방식에까지이르렀으나,겉모습만 비슷할 뿐 가죽의 놀라운 인장력과 보온성,그리고 신축성.염색성.가공성에는 훨씬 못미쳤다.
이후 가죽이 콜라겐으로 이뤄진 단백질 섬유질이 일정한 방향없이 뒤엉켜 있는 구조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1964년 미국의 뒤폰社가 부직포(일정한 방향없이 무작위로 뒤엉키게 해서 짠 직물)를 인조피혁에 응용하면서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 왔다.
하지만 천연가죽의 경우,단백질 섬유질의 굵기가 머리카락의 1천분의1정도인 반면,부직포 섬유는 머리카락 굵기와 비슷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다 80년대부터 일본의 도레이社와 구라레이社에서 머리카락의 1백분의1~3백분의 1굵기의 초극 세사 섬유를개발,이를 인조피혁의 부직포에 응용하면서 현재 가죽과 구조와 기능이 거의 흡사한 단계까지 온 상태다.
국내에선 ㈜코오롱이 머리카락 2백분의1굵기의 극세사섬유를 개발하면서 인조피혁「샤무드」를 국내최초로 생산,세계시장에서 일본기업들을 맹추격하는 단계다.
또 제일합섬.동양나이론.선경인더스트리.한올방적등에서도 보다 개선된 인조피혁 제조기술에 대한 특허를 잇따라 출원하고 양산을준비중이다.
머리카락 1만분의 1 굵기의 섬유개발,땀구멍등을 통해 습기를배출하는 가죽의 특성을 살려 인조피혁내에 미세한 기공(氣孔)을만드는 기술,고분자 탄성체를 이용해 인조피혁이 가죽처럼 푹신해지도록 하는 기술등이 현재 중점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인조비단(실크라이크絲)의 경우는 50년대부터 펄프를 녹여서 뽑아내는 레이온絲(양복의 안감으로 주로 사용됨)정도가 비단에 가까운 섬유로 사용됐으나 이후 일본이 고분자기술과 초정밀가공기술을 바탕으로 비단의 단면과 구조가 거의 흡사한 섬유를 만들어내면서 시장이 급성장했다.
국내업체들은 80년대 후반 뒤늦게 뛰어들었지만,현재 비단의 특성인 견명(絹鳴:비단의 사각사각거리는 소리)과 심색(深色:염색할 때 색상이 깊고 진하게 나타나는것)현상까지 그대로 재현하며 일본의 인조비단제조기술에 거의 접근했다.
코오롱의 경우 컴퓨터공정을 이용,불규칙한 비단의 단면조직과 거의 동일한 MDY絲를 개발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열수축률까지 비단과 유사한「누에타絲」를 개발,시판중이다.
삼양사도 최근 섬유의 단면을 스크루형태의 삼각형으로 만들어 견명효과를 가지면서 번쩍임이 없는「트리실키絲」를 개발해 각광을받고 있다.
코오롱연구소 이호경(李鎬敬)팀장은 『과거의 인공피혁과 인조비단은 겉모양만 흉내내는 단계였으나,이제는 그 구조와 성질이 모두 파악됐다』며『현재는 70~80%정도 성질이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단계지만 수년후에는 거의 90%수준까지 모 방하는 제품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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