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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유출사건계기-韓銀"관리"의 허점,자동整査機 문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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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명호(金明浩)한국은행 총재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한은 부산지점 지폐 유출 사건 파장은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부산지점 前직원 김태영(金泰英)씨가 빼돌린 지폐 규모가 한은의 당초 발표(55만원)보다 훨씬 많은(현재 경찰 추정 3억5천 만원)데다 그 수법도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울만큼 단순해 한은의 발권 관리실태가 어느 지경인지 여실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은은 사건 발생 후에도 당연히 밟아야 할 감사상 절차들을 무시하고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 한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현재 진행중인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자칫하면 한은내 관련 임직원의 책임론까지 제기될 것으로 예상 된다.
우선 문제는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화폐 정사 업무를 청소.정사기 수선을 담당하는 고용직원 金씨가 별다른 통제없이 한번에 수천만원에 이르는 뭉칫돈을 쉽게 들고 나갈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엉망이었다는 점이다.
金씨는 정사기 수리를 빌미로 세단기를 조작,돈이 잘리지 않은채 흘러나오게 해 챙기는 수법을 썼다.정사기를 통해 잘려나온 지폐의 양조차 체크하지 않을뿐더러 드나드는 직원의 몸수색도 하지 않았고 감시용 폐쇄회로 TV로 촬영한 필름은 1주일간만 보관하는등 허술한 현행 감시 시스템으로는 포착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사고 발생후 한은의 수습 과정이었다.이번 사건의 관련 업무를 맡은 임직원들은 『사고 금액은 55만원이라고 보고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유시열(柳時烈)부총재는 『적발 직후 보고 내용에는 5만원을 절취한 사실과 함께 경찰 발표대로 7천2백60만원이 잘리지 않은채 빠져나온 사실도 포함됐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결국 한은이 문제 축소에 급급했던 셈이다.
한은 부산지점 박덕문(朴悳文)당시 지점장(현 계리부장)은 4월말 金씨의 절취행위가 적발되자 본부의 발권.감사.인사등 세 곳 채널을 통해 사고 내용을 보고했으며 이는 담당 라인을 거쳐총재.부총재에까지 보고됐다.
그러나 지난해 5월2일 당시 재무부에는 긴급보고가 아닌 일반보고로 처리됐다.게다가 나흘 후인 6일에는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구두로만 보고돼 회의록에도 남아있지 않다.
[李在薰기자,釜山=姜眞權기자] 한국은행 부산지점에서 김태영(金泰英.40)씨가 불법 유출한 돈의 규모가 3억5천여만원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빼돌릴 수 있을까』하는 것과 다른 곳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을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화폐 관리기 관인 한은이 지난해 폐기처분한 지폐는 총 4조1천6백67억원으로▲1만원권 3조4천3백87억원▲5천원권 2천8백66억원▲1천원권4천3백14억원이었다.
동전은 1억원어치에 불과,한은이 한꺼번에 풍산금속에 넘긴 뒤한은 직원의 입회 아래 풍산금속에서 불로 녹여 폐기 처분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자동정사기는 영국에서 수입된 2억5천만원짜리 제품으로,헌 지폐가 들어가면 다시 쓸 수 있는 지폐는 밖으로 내보내고 못 쓸 지폐만 가로 1㎝ 세로 1㎜의 크기로 잘라내고 있다.하루 처리량은 약 8천만원 정도.
그러나 문제는 이 기계로 지폐와 폐기량의 무게를 잴 수 없다는데 있다.이번 사건과 같이 헌 지폐가 잘라지지 않은채 옆으로새도 목격되지 않는 한 지폐가 진짜 전부 폐기됐는지 검색되지 않는 것이다.
〈吳泳기자〉 한은이 각 은행으로부터 지불준비금.교환용등으로 수납한 지폐들중 재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내고 나머지는 잘게 조각내 폐기처분하는 기계로 한은 본.지점에 모두 30대가 설치돼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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