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웰빙] 아이 지능 키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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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재능, 뛰어난 지능을 가진 아이를 만들고 싶다. 치열한 현대사회를 잘 살아가려면 남보다 특출한 능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그러니 미래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니 부모로선 우선 두뇌 개발을 위해 적극 도와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선? 역시 무리를 해서라도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켜야 할 것 같다.

이 같은 부모들의 생각은 영재교육.재능교육.특수교육.선행학습 등 다양한 이름으로 자녀를 영아기부터 학습의 장으로 내몬다.

과연 두뇌개발은 이와 같은 학습에 대한 무조건적인 투자만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산후조리가 끝난 뒤부터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줬던 K군(2) 어머니. 하지만 K군의 언어 발달은 또래보다 6개월 정도 늦다. 왜일까? 서울대 소아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개개인의 능력은 타고나는 데다 시기별로 발달 과제가 다르므로 아이의 수준에 맞는 '눈높이 양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능발달 역시 신체발달처럼 단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란 것이다. 예컨대 앉은 뒤에야 걸을 수 있듯 영아기엔 문자를 통해서가 아니라 신체 접촉이나 활동을 통해 두뇌개발이 이뤄진다. 따라서 이 또래 아이들은 많이 안아주고(촉각), 월령(月齡)에 맞는 장난감을 주는 등(시각) 다양한 자극을 줘야 두뇌개발이 잘 된다. 즉 백일 된 아이에겐 동화책을 읽어주기보다 딸랑이를 쥐고 놀게 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다.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신체활동은 더욱 활발해진다. 이 무렵이면 아이들은 걸을 수 있고 무언가 혼자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낀다. 따라서 글을 가르치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무언가를 하도록 해 성취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유숙 교수는 "가위질.풀칠 등이 서툴러도 스스로 하도록 하고 어른은 안전한 재료를 제공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유아기 두뇌개발은 주입식 문자교육이나 지식습득보다 세상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또래를 통한 놀이가 가장 좋은 학습법이다. 레고.로봇.인형 만들기 등을 통해 조작 능력을 키우거나 놀이 같은 유아용 교재도 도움이 된다. 굳이 글자를 일찍 가르치고 싶을 땐 벽에 글자를 붙여 놔 자연스레 아이 스스로가 물어보도록 유도할 것.

초등학교 땐 자기중심적 사고를 극복하고 구체적인 사실을 익혀야 한다. 자연학습.탐구학습 등을 통해 자연스레 이뤄지는 게 좋으며 문자를 통한 지식습득은 도구로 사용되는 게 좋다.

창의성을 개발하려면 '나도 있고 남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친구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아이가 상식과 다른 엉뚱한 논리나 독특한 제안을 하더라도 어른의 시각에서 옳고 그르다는 식의 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 대신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준 뒤 일반론을 설명해 줘야 한다. 훈육도 일방적인 훈계보다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 대화형식을 갖춤으로써 아이가 어른을 믿고, 이해하며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시기가 되면 적성검사.지능검사를 통해 내 아이의 수준과 장.단점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중.고등학교 땐 두뇌개발을 위해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줘야 하므로 가능한 주제를 놓고 또래끼리, 혹은 어른과 토론을 하거나 독후감.논술 등을 많이 써보는 것이 권장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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