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종부세 세대별 합산은 위헌” 헌재에 위헌심판제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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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 규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의환)는 17일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사는 이모(74)씨가 “세대별 합산 규정은 국가가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도록 규정한 헌법 36조 1항에 위배된다”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 종부세 관련 위헌심판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처음이다.

법원은 지난해 6월 ‘부과된 종부세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뒤 줄곧 “종부세는 정당하다”고 판결해 왔다. 그러면서 “종부세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위헌심판제청 신청도 계속 기각해 왔다. 따라서 세대별 합산 규정으로 범위를 축소한 이번 위헌심판제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세대별 합산 규정은 혼인을 하거나 가족을 구성한 세대를 종부세 과세대상으로 만들고 과세표준도 늘린다”며 “독신·이혼한 부부 등에 비해 조세상 불이익을 입게 되고 누진세율 구조상 그 불이익은 더 커지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종부세 자체가 정당하다고 세대별 합산 규정도 정당한 것은 아니다. 부부 또는 세대원 간의 인위적인 명의 분산 같은 행위는 부동산실명법 등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외국 사례를 들면서 “우리나라같이 어떤 분할 방식도 없이 세대별로 합산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혼인한 부부 및 가족이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규정은 헌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박성우 기자

◇위헌법률심판제청=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 법원이 직권 또는 소송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제도. 헌재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해당 재판은 정지된다. 위헌제청의 대상은 대한민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모든 법률과 긴급명령·조약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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