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탐지 명견 복제 강아지 7마리 대리모는 다르지만 모두 최우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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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6개월 된 복제 마약탐지견 6마리가 17일 인천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 훈련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17일 오전 11시40분 인천국제공항 인근 관세청 마약 탐지견 훈련센터. 족구장만 한 녹색 철제 울타리 안에서 흰색 수컷 강아지 6마리가 뛰놀고 있었다. 조련사가 테니스 공을 꺼내 바닥에 튕겼다. 그러자 일시에 달려와 모두 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생김새도, 꼬리를 흔드는 모습도 똑같았다. 훈련센터 홍도교 계장은 “강한 호기심을 보이는 것은 마약 탐지견이 되기 위한 좋은 자질을 지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생후 5~6개월 된 강아지들의 이름은 ‘투피(Toppy)’. 우수한 마약 탐지견인 2000년생 캐나다산 ‘체이스’를 복제한 것이다. 울타리 밖에서는 체이스가 앉아 있었으나 ‘부자지간’인 것을 알지 못했다.

마약 탐지견 복제 강아지들은 이르면 내년 6월 중 ‘마약 잡는 명견’으로 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우종안 관세청 연수원장은 이날 복제 강아지를 처음 공개하고 “강아지들이 1차 테스트를 통과해 훈련과정과 최종 평가를 거쳐 실전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아지는 모두 7마리로 지난해 10월과 11월 세 차례 각기 다른 대리모에서 태어났다. 한 마리는 다리를 다쳐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관세청은 지난해 초 우수한 마약 탐지견을 길러내기 위한 방안을 찾던 중 체세포 복제를 생각해냈다. 지난해 6월 서울대 수의과대학과 체세포 복제 협약을 맺은 관세청은 마약 탐지견의 3요소(독립성·활동성·호기심)를 갖춘 체이스를 선택했다.

강아지들은 생후 2~3개월이던 올 초 1차 자질 테스트를 받았다. 사회성·공격성·호기심이 측정 포인트였다. ▶모르는 사람이 끌고 가려 하면 저항하고 ▶낯선 소음에도 별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도 놀라지 않고 호기심을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100% 성공이었다. 함께 테스트를 받았던 다른 8마리(자연 번식견) 중에서는 한 마리만 통과했다.

마약 탐지견이 되려면 단계별 훈련과 세 차례 종합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일반적인 최종 성공률은 30%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1990년부터 최근까지 236마리를 훈련시켰으나 75마리만 최종 통과했다. 1마리 육성에 직접 비용만 4000만원(조련사 인건비 제외) 든다. 허용석 관세청장은 “복제견들의 최종 성공률을 90%까지 예상한다”며 “마약 탐지견 확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탐지견의 마약 적발 실적은 67건에 총 13억2000여만원어치였다.

글=강갑생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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