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 자서전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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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수그룹 김준성(84) 명예회장이 자서전을 출간했다. 자서전 이름은 '두 대의 양말 기계가 놓인 풍경'으로 지었다. 해방 직후 양말기계 두 대를 들여와 사업을 시작한 것을 회고한 것이다.

그는 "처음 양말공장 기계를 돌리던 날, 밤을 새운 뒤 새벽녘에야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보름달이 떠 있는 가운데 공장 창 너머로 두대의 기계가 놓여 있던 풍경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서전에서 그는 양말 공장 사장으로서 자리를 잡은 후 대구은행 설립에 주도적으로 나선 일과 이후 대구은행장을 거쳐 한국은행 총재,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삼성전자 회장, ㈜대우 회장 등 재계와 관계의 요직을 거치는 과정을 소상하게 담았다.

특히 이수 그룹을 일으킨 뒤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경영난에 허덕이는 여러 기업을 인수해 소생시켜 그룹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고 자서전에서 설명했다.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추천으로 '인간상실'이란 소설로 현대문학에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한 이후 창작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현역 최고령 작가로서 그는 문학에 대한 애정도 피력했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으나, 소설을 쓰지 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다"고 했다.

김 명예회장은 "무슨 일이든 꾸준히 열심히 하자는 생활 철학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아직도 소망이 있다면 남은 인생을 현역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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