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안의북한커넥션>3.美 對北정책과 교포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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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26일 워싱턴의 조지타운大에서는 「한국전쟁」세미나가 열리고 있었다.한국전 참전기념탑 제막식에 즈음해 열린 이 세미나에서는 韓美 양국의 관련학자들 뿐만 아니라 재미교포 지식인들,美국무부.국방부관리.한국전 참전 노병(老兵)들까 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참석자들은 세미나가 끝난 후 가진 리셉션에서 부지런히 정보와 의견을 교환했다.
이 세미나에서 단연 기자의 눈을 끈 인물은 美국무부의 존 메릴 박사다.한국문제를 전공한 전문학자로 현재 美국무부에서 정세분석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메릴박사는 美국무부의 대북(對北)정책수립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인사다.물론 그는 이 세 미나에서 가장 활발한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참석자들로부터 다양한 견해를 청취하는 기회로 활용했음은 물론이다.
다음날 백악관에서는 빌 클린턴 대통령 주최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위한 만찬이 열렸다.물론 이 자리에는 과거처럼 미국에서 영향력있는 교포들이 다수 참석했지만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한국민주화운동과 연관된 재미지식인들도 적지 않았다.그들은 이같은 리셉션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접촉을 통해 미국정부에 조언하고 있다.
이 두 행사는 비록 상징적이긴 하지만 美정부의 정책결정을 위한 의견수렴과정이 과거에 비해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물론 미국의 대북정책 결정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한국정부의 입장이지만 현 민주당 정부는 과거 레이건이나 부시 시절의 공화당 정부와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중론이다.
무엇보다도 국무부를 비롯한 미국정책결정자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립적인 견해를 듣고싶어하고 또 영향력있는 교포지식인들은나름대로 미국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도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만찬에 참석했던 이승만목사는『미국의 對한반도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에 대해서는 미국교포의 책임도 크다』면서『기회있을 때마다 백악관이나 美국무부 관리들을 만나 솔직한 견해를 전달한다』고 밝혔다.그는 재미교포가「남북한간 가교(架橋)」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李목사를 비롯한 교계인사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미국의 정책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교포들은 북한을 학문의 대상으로 삼고있는 재미학자들이다.
예컨대 워싱턴의 조지 워싱턴大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인 김영진교수는 존 메릴을 비롯한 국무부 관리들,그리고 美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카네기재단의 셀리그 해리슨 박사를 비롯한싱크탱크와 수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또 조지아大의 박한식교수는 북미기독학자회 회장으로 남북학자들을 초청한 통일문제 세미나를 열어오고 있다.지난해 8월 카터센터에서 열렸던 제28차 북미기독학자회 총회는「통일조국을 향한 가치체계의 모색」이란 주제를 내걸고 재미학자뿐만 아니라 남북한학자들도 참석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특히 朴교수는 조지아州 애틀랜타에 본부가 있는 CNN방송을 통해 북한문제에 대한 해설과 자문을 하고 있어 미국내 지명도가 높은 편이다.
교계와 학계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재미교포 지식인들은 북한을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있다.따라서 기회있을 때마다 美행정부에 이같은 주문을 전달해왔다. 지난해 북핵문제를 놓고 미국내에서도 많은 논의와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美행정부는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끌어내는「포용(包容)정책」에 초점을 맞췄다.재미교포 지식인들이이같은 미국의 정책수립과정에 일정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재미교포들은 지난해 김일성의 사망으로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된데 대해 상당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만약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으면 클린턴대통령이 남북정상을 워싱턴으로 초치해 한반도평화안을 마련하는「3자 정상회담」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재미교포들은 또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통일문제가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데에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익명을 요구한 한 재미교포는 『한국정부가 좀더 일관성있는 대북 포용정책을 추구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또 『중립적 입장에 서있는 재미교포들을 친북(親北)세력으로 몰지말고 좀더 민족적 입장에서 우리의 의견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워싱턴=金成進 本社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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