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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주식회사어디로가나>1.戰後 최악의 불황 束手無策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패전(敗戰)의 아픔을 딛고 고도성장을 구가하며 선진국 대열에들어섰던 일본경제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경기침체가 시작된지벌써 3년반이나 된다.그래서 일시적인 계절병이 아니라 근본적인체질개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대국 일본의진통은 이웃한 우리나라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물론 「일본주식회사」 자체는 여전히 막강하다.그러나 제조업이해외로 이전되는 산업공동화(空洞化)와 엔고를 걱정할 겨를도 없이 최근에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대공황을 우려하는 분위기마저 팽배해지고 있다.일본경제의 오늘을 현장취재를 통해 점검해 본다.
[편집자註] 지난 8일 저녁 무라야마정권의 내각개편에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통산상이 유임되자 통산성 관리들은 「드디어 때가 왔다」며 내심 쾌재를 불렀다.
통산성 관방실은 즉각 각부서에 들어간지 10~15년차 되는 과장보좌들로 구성해둔 「하시모토총리만들기 팀」의 가동에 들어갔다.하시모토라는 거푸집에 「일본경제재건의 시나리오」라는 쇳물을부어넣는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는 통산성 관료들.
정권연명에 급급한 현 내각에서 하시모토 통산상만이 그런대로 관료들의 대본을 소화해 소신을 내걸 수 있다는 것이 통산성쪽의판단이다.그래서 통산성을 중심으로한 경제관료들은 하시모토에게 체중을 실어줘 앞으로 일본이 가야할 비전짜기에 여념이 없다.
대기업중심의 경쟁력회복을 위한 지주(持株)회사인정,규제완화등재계가 권고하고 있는 案에 통산성의 아이디어를 가미한 것이 오는 9월22일 자민당총재선거에 앞서 내놓을 하시모토의 「일본경제 재건의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후(戰後)최악의 경제난국으로 인식되고 있는 일본경제는 지금무주공산(無主空山)의 형국에 비유된다.정치.관료.산업계 어디에서도 경제를 차고앉아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는 최근 일본경제의 잠재적 매그니튜드가쇼와(昭和)공황이상이라고 진단했다.1929년 세계공황과 맞물려닥친 쇼와공황은 제로성장을 3년만에 멈추게 했지만 이번은 훨씬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東京=郭在 源특파원] 『금융불안이 얼마나 심한지 아십니까.
히타치.소니등 일본기업들이 한국과의 사업협력용으로 간사이(關西)지방의 재일동포 신용금고에 넣어놓았던 돈까지 빼갔습니다.얼마나 자금사정이 어려우면 이런 푼돈까지 빼가겠습니까.제2금융권은모두 뿌리 가 흔들립니다.』도쿄(東京)에서 만난 교포 신용금고관계자의 얘기다.
엔이 5개월만에 달러당 93엔대로 급락한 지난 11일 오후3시.도요타자동차 도쿄본사의 홍보실에 전화가 빗발쳤다.실로 오랜만의 엔하락이 도요타경영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기분좋은 질문들이었다.
도요타.닛산등 자동차업체들은 달러당 90엔을 경영구조합리화.
수출채산성등의 기준선(사내환율)으로 잡고 있었다.
일본경제는 지난 71년 닉슨쇼크이후 73년2월까지 엔이 달러당 3백60엔에서 2백60엔대로 크게 오르는 超엔高를 극복한 바 있다.또 73년10월의 제1차 오일쇼크(당시 원유의 99.
7%를 수입에 의존)로 74년 전후(戰後)처음으로 마이너스 1.4% 성장을 기록했을 때도 오히려 체질개선으로 맞섰다.당시도지금과 마찬가지로 신규채용삭감.희망퇴직자모집.배치전환.자회사방출.생산코스트 삭감등 감량경영을 실시했었다.개인소비가 곤두박질친 것도 다를 바 없다.그런데 경제 규모가 커지고 분야가 다양해진 지금 위기감이 더 크다.
「집중호우적」수출로 난국타개에 앞장설 기업도 별로 없고 경제규모는 커질대로 커져 이른바 관리경제가 약효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결국 내수를 촉진하고 규제완화를 통한폭넓은 수입개방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 고 있으나 관료.국민 모두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엔고바람을 타고 국산품값이내리고 있으나 내수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본격적인 디플레시대를맞고 있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올해 일본경제백서는 「일본경제의다이내미즘 회복」을 호소하고 있 지만 메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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