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50년재일동포현주소>中.민족차별항거 金嬉老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김희로(金嬉老.67.사진).68년 민족차별 문제를 불러일으켜韓日 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가 일본내 최장기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재일동포 사회도 마찬가지다.
68년 2월 시즈오카(靜岡)縣 시미즈(淸水)시의 한 클럽에서『돼지같은 조선인』이라며 멸시해오던 폭력배 2명을 살해한 뒤 인근 여관에서 13명을 인질로 삼아 한국인에 대한 부당대우를 항변하다 경찰에 붙잡힌 그는 민족차별의 대명사였 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지금,그는 아직도 구마모토(熊本)형무소에서 복역중이다.무기수는 형 확정판결(金씨의 경우 75년 11월)로부터 10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되지만 반가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그는 교도소장 표창도 수없 이 받은 1급 모범수다.
88년부터 올 4월까지 金씨의 신원인수인(법정대리인)을 맡아매달 한두차례씩 면회해온 후쿠오카(福岡)중앙교회 최정강(崔正剛.53)담임목사는 『金씨 모습은 머리가 더 벗겨졌을뿐 사건당시와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전한다.
『몸은 75㎏으로 불었지만 건강하며,비상한 기억력도 여전합니다.교도소 직원들에게 바른말을 하고 다른 수감자의 고충도 대변한다고 말하는등 정의감은 사건당시나 다름없는 것 같아요.교도소장이 바뀔 때마다 「조금만 참으라」는 얘기를 들을 땐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崔목사는 『金씨는 가석방 되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하고 싶은 얘기를 책으로 쓰고 싶어한다』면서 『뒤늦게 배운 우리말 실력은 이제 통역이 필요없을 정도며,지금도 한글사전을 찾아가며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崔목사 후임 법정대리인은 金씨의 희망에 따라 「김희로공판대책위원회」일을 도맡았던 교토(京都)세이카(精華)대학의 오사와 신이치로(大澤眞一郎.58.사회학)교수가 선임돼 있는 상태다.金씨면회는 가족과 법정대리인으로 제한돼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