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공원 찾은 해외後孫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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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4일 오전10시 서울서대문구현저동 서대문독립공원.
국가보훈처와 광복회가 광복 50주년 기념사업으로 마련한 「국외 독립운동 관련인사 초청행사」 참석차 이곳을 찾은 15개국 국외독립유공자 후손 2백43명은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일제의 만행과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모습이었다. …구한말 당시 군대가 강제 해산되자 「13도 창의군(倡義軍)」을 이끌고 서울 진공을 지휘했던 허위(許蔿.1854~1908)선생의 손자 허웅배(許雄培.68.모스크바 거주)씨는 공원내에 사적(史蹟)보존중인 교수대 올가미를 붙들고 『할 아버지의 사망 모습을 온몸으로 느낍니다』며 울먹였다.
…1백1세의 최고령 생존 애국지사 김경하(金京河.미국 시카고거주)옹은 『아직도 눈만 감으면 일제의 총검 앞에 독립만세를 외치며 숨져간 어린 학생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평북강계에서 태어난 金옹은 3.1운동 당시 강계읍 영실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4월8일 이지역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고종의 친일파 외교고문 스티븐스를 저격한 전명운(田明雲.1884~1947)열사의 둘째 딸 전경영(田敬英.72.美 캘리포니아州 레이크우드)씨는 『독립공원 충헌탑에 와보니 아버지가 얼마나 조국을 사랑하셨는지 알게됐다』며 눈물을 흘렸 다.
田씨는 『아버지는 한인교회에서 독립된 조국에서 살자는 연설을자주 하셨다』며 『16일께 지난 81년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해를 국립묘지 아버지 묘옆에 안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미국정부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호머 헐버트(1863~1949.영국인)의 손자 리처드 헐버트(67.美뉴욕 거주)는 『할아버지가 이자리에 계셨다면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하며 한국의 발전상을 무척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헐버트는 『할아버지는 한국민의 우수성과 한국의 발전을 믿고 계신 분이었다』며 『한국땅에 묻히길 원한다는 유언에 따라 마포구양화진 외국인 묘소에 묻힌 할아버지 묘소를 오후에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세계에 알린 이위종(李瑋鍾.1887~미상)선생 손녀 예피모바 루드밀라(61.모스크바 거주)는 이날 오후 별도로 국립묘지를 찾았다.
〈崔相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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