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안의북한커넥션>1.교민사회의 북한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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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과 미국관계가 전환기에 접어들었다.올들어 북한 고위인사들의 미국내 활동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그들이 접촉하는 인사들도 미국의 정계.재계.문화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로크게 확대되고 있다.북한은 또 미국과 관계개선을 지원하기 위해교민사회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中央日報社는 광복 50주년,분단 50주년을 맞아 전환기에 접어든 北-美 관계를 현지취재를 통해 집중 조명하는 시리즈를 7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註] 재미교포사회에 「북한바람」이 불고 있다.
교포사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이산가족들이 고향을 그리는 마음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면 북한과 사업 하려는 사람들은 바람을 거세게 만들고 있다.
재미교포사회가 북한바람으로 본격적으로 술렁이기 시작한 것은 북한이 지난4월 평양축전 개최를 앞두고 올해초부터 참가자를 모집하면서부터다.이산가족상봉을 기대하는 북녘출신 교민들이 큰 기대를 걸고 몰려든 것이다.그러나 이 바람은 4천달 러에 달하는비싼 참가비와 기대와는 달리 북한이 이산가족상봉을 금지한 때문에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6월들어 조선기독교연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강영섭 목사를 단장으로 한 북한예술단이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한달간 워싱턴.시카고.필라델피아.신시내티.애틀랜타.뉴욕 등 7개도시와 노스캐롤라이나.뉴저지州등 모두 9개지역을 순회하면 서부터 북한바람이 교민사회의 저변에까지 스며들기 시작했다.이들은 본래 7월15일부터 오하이오州 신시내티에서 열린 미국장로교 총회주최 평화통일 희년대회에 참석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北-美 신시대를 앞두고 비정치교류의 필요성을 느낀 북한과 북한과의 빈번한 접촉만이 북한개방과 복음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교민사회 기독교계 인사들의 동상이몽(同床異夢)적인 이해가 일치해 열리게 된 행사였다.
그러나 행사가 거듭되면서 동상이몽은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바뀌어 갔다.공훈성악배우인 박복희,일등성악배우인 안화복이 출연한 음악회 참석자들은 새삼 분단의 아픔을 느끼면서 남북한은 하나임을 절감했다고 증언한다.
朴은 81년 평양 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한 뒤 국립민족예술단 성악배우를 거쳐 83년에 공훈배우 칭호를 수여받았다.安역시 83년 평양 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한 뒤 82년부터 현재까지 1급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방문하는 각 도시에서 열린 통일부흥회.통일음악회.통일세미나 등에는 남한의 기독교 인사.성악가들도 참여했다.고(故)문익환(文益煥)목사의 며느리인 성악가 정은숙씨와 경희대 김요한교수 등이 북한 성악가들과 함께 공연했다.
첫 공연이 열린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상대적으로 북한열기가 상당히 식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공연 첫날(6월 26일)2천석 규모인 로스앤젤레스의 슈라인 오디토리움에 입장한 교포수는 3백여명에 지나지 않았다.그러나 초기에 열기가 크지 않았던 것은 북한측 대표단이 실제로 미국에 오는지 여부가 불투명했던 탓이었다. 다음날 공연부터 분위기가 일변했다.참석자들이 1천명으로 크게 늘었다.안화복이 부른 『봄의 교향악』에 교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망향의 슬픔을 달랬으며 『우리의 소원』이 연주될 때는 모두가 부둥켜 안고 하나가 됐다.
이날 이후 미국에서 열린 모든 공연때마다 되풀이된 행사로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각각 가져온 소나무를 겹쳐 하나의 십자가를 만드는 장면은 실로 감격적이었다는 것이 교민들의 증언이다.
이들의 미국순회 일정을 주선한 사람은 켄터키州에 거주하면서 미국장로교 세계선교부 총무를 맡고 있는 이승만 목사.동양인으로서는 처음 미국 교회협의회(NCC)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미국 교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그는 미국의 對한 반도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달 김영삼(金泳三)대통령 방미중 열린 백악관 만찬에 참석키 위해 워싱턴에 온 李목사는 강영섭 단장 일행의 미국순방행사에 대해 『정치적 통일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행사를 마련하게된 이유를 설명했다.78년 이후 지난 3월까지 모두 12차례 북한을 방문했다는 그는 매번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북한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그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변화를 수용하고 촉진할 수 있는 포용력을 발휘해 남북 모두 승리하는 윈윈(WIN-WIN)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냉전시대 서로의 존재를 부인하는 제로섬게임식 사고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교계 인사와 예술단의 미국 순회는 교민사회의 북한에 대한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표출시킨 계기라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이번 행사는 또 북한과 미국간의 수교를 위한 교류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동시에 한국과 미국,한국정부와재미교포간에 보다 전향적 시각이 필요함을 인식케하는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애틀랜타=金成進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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