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찾는 愛國 先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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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만주.러시아에서 독립운동을 벌였던 독립투사들의 후손들을한자리에 모은 이번 광복절 행사는 매우 값진 의미를 지닌다.이역(異域) 남의 나라에서 때로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면서 조국의하늘을 그리워했던 이들 후손이 조국 땅을 밟아 조상의 뜻을 기린다는 사실 자체가 감격적이다.이는 후손들만의 경사가 아니라 그동안 맺힌 한을 풀지 못해 허공을 맴돌았을 독립투사들의 진혼(鎭魂)이며,지난 광복의 역사를 복원하는 기념비적 의미도 갖는다. 50년의 세월이 흘러 이들 후손이 각기 다른 국적(國籍)으로 「한국독립유공 외국인 추도식」에 참석한다는 사실이 우리의가슴을 아프게 한다.임정국무총리를 지낸 이동휘(李東輝)선생의 손녀와 외손자가 카자흐스탄과 중국 국적으로 60년만 에 만나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지난 현대사의얼룩과 굴곡을 본다.이는 우리가 얼마나 자신의 과거에 등한히 했으며,제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 소홀히 했나를 반성케 하는 자료가 된다.
이번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귀국 추도식을 계기로 우리는 두가지못다한 일을 해야 한다.아직도 초보단계에 머물러있는 독립운동사를 복원하기 위한 자료수집에 정부차원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고,또하나는 이들 후손을 위한 경제적 지원책을 강 구하는 일이다.지금도 중국 심양(瀋陽)에서는 최후의 만주 독립군지도자였던 양세봉(楊世鳳)장군의 기록 수집과 조각상 제막을 위한 헌금을 모으고 있지만 기금조성은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김좌진(金佐鎭)장군과 더불어 대표적 독립군지도자였 던 楊장군에 대한 자료는국내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잊혀지고 묻혀진 이들 독립운동가들의 자료와 활동을 정부차원에서 보다 활발히 모으는 작업을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한다.
서울대 교수들이 연변의 독립운동가 후예들을 위한 장학금을 모으고 그들을 서울로 유학시키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다.개개인의 성의도 좋지만 그들을 독립유공자 차원에서 지원하고 도와줄 방안을 정부차원에서 마련해야 할 것이다.1회적 이 벤트사업으로끝낼 일이 아니다.독립투사 후예를 지원하는 일은 곧 독립투사를기리는 일이고,잊혀진 우리의 역사를 복원하는 중차대한 현대사 작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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