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교장·이화장 복원 … 역사교육·문화공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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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의 경교장, 우남 이승만의 이화장 등 대한민국 정부 수반들이 살았던 유적이 종합적으로 복원·정비돼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된다.

중앙일보가 ‘2007년 7대 어젠다’ 중 하나로 제시한 ‘역대 대통령 기록·도서관을 만들자’는 제안을 서울시가 받아들여 추진하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5일 ‘정부 수반 유적 종합 보존·관리 계획’을 내놓고 “건국 60주년을 맞아 근·현대 정치사와 시대상을 대표하는 정부 수반의 유적 여섯 곳을 복원해 역사 교육 및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임시정부를 포함한 대한민국 정부 수반 중 김구·이승만·윤보선·장면·박정희·최규하 등 여섯 명이 살던 집을 대상으로 과거의 흔적을 되살리면서 유품 전시 공간을 마련해 시민들의 역사 이해를 돕겠다는 계획이다.

이충세 서울시 문화재과장은 “대부분 사유지인 만큼 집주인들과 상의한 뒤 필요하면 서울시에서 사들이거나 복원·정비를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이날 2010년까지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서울을 문화예술 도시로 가꾸겠다는 ‘창의문화도시 마스터플랜’도 내놨다.

◇“필요하면 서울시가 매입”=김구 임시정부 주석이 해방 후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했던 경교장은 임시정부 청사를 복원한 기념관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이화장은 1948년 초대 내각을 구성하던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전시관으로 꾸며진다.

경교장은 현재 강북삼성병원이 사용하고 있지만, 김 주석의 집무실이 있던 2층 일부는 원형대로 복원해 ‘김구 기념실’로 조성됐다. 이화장은 일부 시설이 훼손·멸실됐으나 이 대통령이 거처하던 본채와 48년 7월 대통령 당선 뒤 초대 내각 구성 작업을 한 ‘조각정’ 등이 남아 있다. 서울시는 지방문화재(서울시 기념물)인 이화장을 조만간 국가 사적으로 승격시키는 방안을 문화재청과 협의하기로 했다.

제2공화국 윤보선 대통령의 안국동 가옥과 장면 총리의 명륜동 가옥은 4·19 혁명 유물관으로 조성된다. 장면 가옥은 지난해 서울시와 종로구가 사들여 관리하고 있다. 윤보선 가옥은 1890년에 세워진 대저택(건물 11채, 대지 4667㎡)으로 북촌 한옥마을의 명물이다.

서울시는 박정희 대통령(5~9대)의 신당동 가옥을 5·16 관련 역사 자료관으로 가꿀 계획이다. 박 대통령이 5·16 직전에 사들여 63년 12월 대통령 취임 전까지 살았던 곳이다. 최규하 대통령이 말년까지 살았던 서교동 가옥은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특화된다. 서울시는 박정희·최규하 가옥을 문화재로 등록해 제도적으로 보존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예술 창작 공간 확대=서울시는 빈 공장이나 창고·폐교 등을 예술 창작 공간으로 재생하는 ‘아트팩토리’를 올해 두 곳, 2010년까지 모두 여섯 곳을 조성한다. 신당동과 남부터미널 지하상가의 빈 점포 218곳은 ‘예술 창작 아케이드’로 리모델링해 예술인들에게 실비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 대학로와 가까운 이화 주택재개발 구역에 예술인들이 거주하며 창작 활동을 하는 ‘레지던스형 창작 스튜디오’ 43가구를 건립한다. 삼청각·길상사·이태준 가옥 등 문화시설이 밀집한 성북동은 ‘체험관광벨트’로 육성하기로 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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