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수사 어떻게 되나-가명계좌.검은돈을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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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검찰이 4천억원 비자금 최초 발설자로 지목하고 있는 이창수(李昌洙.43)씨의 실명계좌 추적에 실패함에 따라 李씨의 가명계좌와 개인 비자금 운용에 수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비자금 계좌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서둘러 종결할 경우 국민들이 믿을리 없고 자칫 검찰이 시정브로커 몇명 조사하는기관으로 오해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뇌부가 11일 오전 대책회의에서 李씨 개인의 가.차명계좌를 추적,어떤 종류든 검은돈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다 정치권도 권력 핵심부와는 관계없는 검은돈이 어느정도발견돼야 한다는 분위기다.즉 이번 사건이 시중의 뜬소문으로 끝날 경우 일국의 장관이 근거없는 소문을 언론에 발설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고 당사자인 서석재(徐錫宰)前장관 은 물론 현 정부의 신뢰성과도 직결돼 그럴싸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은 李씨의 개인재산 추적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검찰은 李씨가 80년대 서울과 지방을 전전하며 슬롯머신업계에서 거액을 벌었으며 이 과정에서 이 업계 대부격인 정덕진(鄭德珍).정덕일(鄭德日)씨 형제와 교분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80년대 후반 충남온양의 관광호텔인 웨스턴호텔을인수해 운영해오다 이를 지난해 수십억원을 받고 처분했으며 현재도 경기도화성군태안읍 그린피아호텔과 전국 각지 관광호텔의 슬롯머신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는게 검찰의 설 명이다.
따라서 검찰은 李씨의 재산이 최소 1백억원을 넘고 재산증식등과정에서 거액의 탈세 혹은 정치권으로의 자금유입 가능성도 없지않아 11일오후 자진 출두한 李씨를 상대로 이 부분을 집중 캐고 있다.물론 검찰은 李씨가 정치권을 이용한 조직적인 사기극을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10일 실시된 씨티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실명제 실시전 개설된 이창수 명의의 4개 계좌를 발견했으나 93년6월 이후 모두 휴면계좌화 돼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검찰은 李씨가 실명제 이전엔 이 계좌에 수백만원씩 입출금했던 점에 비춰 다른 계좌로 돈을 빼돌렸거나 별도의 가.차명 계좌에 비자금을 입금시켜 놓았을 가능성에 대해 추적중이다.
또 李씨의 부탁을 받고 1천억원 비자금 처리를 처음으로 알선한 인물로 추정되는 이재도(李載道.35)씨에 대한 검거여부도 주목을 끌고 있다.
李씨의 신병이 확보될 경우 비자금 1천억원 처리를 발설하게 된 동기와 돈의 실체가 보다 명확히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검찰수사는 자진출두한 李씨의 진술내용과 가.
차명계좌 추적결과에 따라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나든가 비자금 내용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崔熒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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