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금 동결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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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7일 올해 대기업 임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고, 중소기업 임금은 지난해 대비 3.8% 범위에서 인상할 것을 회원사들에 권고했다. 이는 노동계가 제시한 임금인상 요구안과 큰 차이를 보여 올해 노사 간에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달 초 각각 10.5%, 10.7%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했다. 노동계와 재계는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도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총은 이날 발표한 '2004년 경영계 임금조정 기본방향'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리고 있는 대기업 근로자들이 임금인상을 자제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기업규모 간 임금격차 해소에 협조해야 한다"며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경총은 이와 함께 올해 주5일 근무제(40시간제)를 도입하는 기업은 근로기준법의 개정 취지에 맞게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을 이른 시일 안에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 ▶임금피크제와 직무급제를 도입하고▶고정상여금 대신 변동상여금 비중을 높이며▶정기승급(연공서열) 제도를 폐지하는 등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확산해 나갈 것을 함께 권고했다.

경총은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과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출이 위협받고 있는 데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을 감안해 임금조정 기본방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총파업 투쟁을 경고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7일 성명에서 "경총 지침에 따를 경우 성과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는 더욱 커진다"며 "지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경총을 대화 상대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에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임금.노동조건 악화로 악용하는 경총의 의도는 현장 노동자들의 강한 저항과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며 "임금동결 방침을 즉각 철회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2004년 임금전망 및 과제'보고서에서 생산성 증가율을 감안한 올해 적정 임금상승률을 6%로 제시했다.

임봉수.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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