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연극 "너에게 나를 보낸다" 김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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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극배우 김호정(27)은 현명한 연기자다.좋게 말하면 겉멋이없는 배우다.어떤 역할을 안달하며 찾아다니기보다 오히려 기다리는 쪽을 택한다.연기경력 5년의 신인급 연기자 치고는 자존심도만만찮다.그래서 그녀의 속마음을 모르는 주변사 람들은 『건방지다』『오만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한창 성가를 높이며 공연중인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여주인공 「바지입은 여자」 역도 그녀가 애써 찾은 역할은 아니다.각색자이자 연출자인 송승환의 간곡한 요청에 응한(?) 것뿐이다.
『지난 4월이었어요.대본을 주기에 읽어보았는데 재 미있었어요.
같은 제목의 영화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어요.정선경도 의식하지 않았고요.』 「바지입은 여자」의 유일한 무기는 엉덩이가 예쁘다는 것.김호정도 정선경만큼은 되는지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관객이 구름처럼 몰린다.개막 한달이 지난 요즘 1백50석 정도의 강강술래극장이 염천(炎天)의 여름날을 무색케 만든다.
「배우사관학교」인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김호정은 91년 『돈내지 맙시다』로 데뷔했다.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도약의 발판이 된 작품은 92년 서울연극제 출품작인 『오로라를위하여』.연기라면 한가락 하는 김갑수.정동환 대 선배와 함께 다방아가씨 상희로 출연,열연을 펼쳤다.이때 「뜬」그녀는 지난해역시 서울연극제에서 『아!이상』의 기생 「금홍이」역을 맡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차지하면서 초년병의 티를 비로소 벗었다.
『성(性)을 소재로 한 연극이라도 천하지 않게 벗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관객들과 공감대를 이루면 되잖아요.』 에로틱드라마에 대한 김호정의 당당한 변이다.
글=鄭在曰기자.사진=金鎭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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