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全.盧씨의 공세적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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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권이 전직대통령 비자금설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놓고 엇갈린 표정이다.특히 전직대통령 계좌설이 사실무근이라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가자 정치권은『어처구니없다』는 반응 속에서 남은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은 내심 파문의 조기 진화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 와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파문의 한복판에 있던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두 전직대통령측의 반응이다.이들은 명예회복을 주장하고 나섰다.잔뜩 수세에 몰렸던 두 전직대통령측은 10일 검찰의 발표에 대해『당연한 귀결』이라는 반응과 함께명예회복에 대한 정부측의 책임있는 조치를 주문하고 나섰다.공세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全前대통령의 민정기(閔正基)비서관은 이날『이번 파문을 해프닝으로 매듭짓더라도 전직대통령의 명예에는 치명적 손실을 입히지 않았느냐』며 흥분했다.그는『정부의 공식발표를 보고난 후 결정하겠지만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고 밝혔다.한술 더떠 그는『서석재(徐錫宰)前장관같은 사람이 정부의 실세라고 행세하며 국사를 운영하면 김영삼(金泳三)정권에 대한 불신감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말로 정부측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盧前대통령측도 마찬가지다.
盧前대통령의 박영훈(朴永勳)비서관은『처음부터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느냐』며 검찰 발표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그러나 盧前대통령측도『두 전직대통령의 명예에 심대한영향을 미친만큼 검찰의 최종조사결과를 보고 법적 조치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해 대응방침을 시사했다.
민자당은 전직대통령측의 이같은 반발과 함께 여론을 어떻게 무마할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파문이 원체 컸던만큼 뒷 수습이 걱정이라는 표정이다.이승윤(李承潤)정책위의장등은『일과성 해프닝이라는 수사결과를 국민들이 믿어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검찰 발표에 대해 축소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대대적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검찰 수사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정기국회때 두고보자는 엄포까지 놓고 있다.
김대중(金大中)상임고문의 새정치국민회의측은『검찰 발표가 우려했던대로 변명성 수사로 흐르고 있다』며『의혹이 해명되지 않으면徐前장관과 전직대통령의 검찰 고발까지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민주당과 자민련도 연일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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