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 파문 검찰조사 방향-계좌 찾으면 끝까지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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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석재(徐錫宰)前총무처장관이 경위서 제출과 함께 검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음으로써 거액 비자금계좌설의 연결고리가 점차 드러나면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진상규명 차원에서 시작된 검찰조사가 비자금의 실체와 실제 소유주를 추적하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은 徐前장관에게 수천억원 가.차명계좌의 편법 실명전환을 타진한 김일창(金溢昌.55)씨와 金씨에게 이를 부탁한 송석린(宋錫麟.62)씨등을 상대로 발설경위및 비자금의 전주(錢主)등을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비자금이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결론짓고 이 부분에 조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원성(李源性)대검 중수부장도 9일 『(비자금이) 나오는 대로 다 조사한다.계좌가 발견되면 돈의 입금내용도 모두 추적하겠다』고 조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검찰이 일단 조사를 시작한 이상 비자금 계좌가 누구의 것이고 어떤 자금이 어떻 게 입금되었는지를 낱낱이 밝혀 내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徐前장관에게 비자금 보유설을 직접 전한 요식업자 金씨와 金씨에게이를 전달한 宋씨를 비롯,宋씨 이전의 발설자들을 역추적해 가면 이번 파문의 최종 진원지를 찾아낼 수 있고 자금의실체와 전주도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지금까지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비자금의 전주는 5共의 실력자일 가능성이 높으며 1천억원 이상이 실명전환되지 않은채 카지노.슬롯머신.사채.CD(양도성예금증서)자금등의 형태로 관리되고 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해진다.남은 것은 이 돈의 실제 주인이 누구며 자금의구체적인 성격이 무엇인가다.
이에 대해서는 물론 비자금설의 최초 발설자가 열쇠를 쥐고 있다.그가 전주의 직접적인 자금관리인이거나 최소한 관리인의 대리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徐前장관과 宋씨등은 검찰에서 『정체불명의 비자금에 대해 언급한 적은 있지만 전직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알지도 못하고 얘기한 적도 없다』고 진술해 자금의 소유주가 명확하게 드러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더구나 검찰이 최 초 발설자의신병을 확보한다 해도 그가 과연 실제 전주를 밝힐지도 의문이다. 문제의 돈이 5共 실력자의 돈일 경우 예상치 못한 도마뱀꼬리 자르기식의 2중,3중의 차단막이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또 그가 또다른 사람 명의로 자금을 관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아무 혐의도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계좌를 추적하는 것도 현행법상으론 불가능하다.
〈金鎭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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