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舊조선총독부 가림막설치 신제남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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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양화가 신제남(申濟南.43)씨는 요즘 화력 20년만에 가장들떠 있다.15일부터 본격적인 철거에 들어가는 옛 조선총독부의앞부분을 가릴 가림막을 마무리짓고 3백40개에 이르는 패널을 설치하는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졸작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지난 3개월 동안 40여명에 이르는 젊은 작가들이 정성을 다했습니다.제작현장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사명감 하나로 무더위를 버텨나갔지요.공정의 50%는 밤에 해야 할 만큼 강행군이었어요.』 申씨 등이 선보인 가림막은 너비 1백30.높이 25 규모의 대형 설치작품.석가탑.
고려청자.훈민정음등 문화유산 12점을 멀티비전 형상으로 처리해민족정기 고취라는 주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현하고 있다.
『기간이 짧아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특히 장마철 습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작품 건조를 위해 동네에서 온풍기를빌리기도 했지요.하지만 일부의 우려처럼 졸속의 위험은 없습니다.하루 두차례씩 회의를 열어 진행과정을 매일 면 밀히 검토했습니다.』 申씨가 가림막에 특별한 애정을 갖는 이유는 두가지.일제청산이라는 상징적 뜻이 담긴 작업을 진두지휘한 동시에 그동안추구해온 작품세계를 일반에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기록화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유명하다.민비시해,안중근.유관순등 항일투사,정신대등 우리 근대사의 그늘진부분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해 초현실주의 화면에 담아왔다.지난 6월에는 20년간의 작품을 모아 우리 화단에서는 드물게 젊은 나이에 회고전을 열기도 했다.따라서 이번 가림막도 그의 기존화풍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금까지 작품 한점 팔아보지 못했습니다.하지만 누군가가 이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견뎌왔지요.』 관심을 가지고 수집한 자료도 많아 가림막 구상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그동안의 작품을 공공기관에 모두 기증하겠다』는 그는 『앞으로 고대사의 인물을 통해 조상들의 웅대한 기상을 펼쳐보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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