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說 파문 수습 발벗고 나선 총리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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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직 대통령의 4천억원대 비자금설을 발설한 서석재(徐錫宰)前총무처장관의 발언파문 수습에 총리실이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극도로 민감한 정치적사안에 이례적으로 이홍구(李洪九)총리가중심적 역할을 맡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李총리가 『내각중심의 개혁론』을 적극 천명해온 것과 함께 총리실이 국정의 중심으로 등장하는 징후의 하나라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 총리실이 중심적 역할을 떠맡고 나선데 대해서는 대체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정치적인 사안의 경우 통상 민자당이 의견을 개진하고,청와대가 내각에 지시하는 형식을 취해왔다.
그렇지만 이번 일은 청와대가 주도하기가 너무나 곤혹스럽다는 해석이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 자신이 직접 나설 경우 진상규명이 되든 안되든 난처한 지경에 빠질게 뻔하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취중실언」으로 결론날 경우 金대통령 자신이 엄청난여론의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개혁과 금융실명제를 모토로 한 金대통령의 도덕성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그 정도로는 여론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상이 규명될 경우는 金대통령과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하다.그렇게 되면 현여권 일각을 이루고 있는 5,6共측에서 강력히 반발할 것이 뻔하다.이 경우 현재의 여권의 구조뿐만 아니 라 그야말로정치권 전체에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또 이번 일은 그 성격상 그대로 깔아뭉갤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야당뿐만 아니라 여론이 워낙 비등한 것이다.여권내에서 누군가가 이번 일의 수습을 맡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청와대가 안되면 결국 총리실이 그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분석이다.이에대해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미묘한 사안이라 될수록 정치성을 배제하고 실무적 차원에서 규명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에서는 7일 오후까지 『徐前장관 발언을 조사할 방침이 없다』고 버티는등 조사주체를 놓고 핑퐁게임을 벌이는 모습을보여 이번 조사의 어려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金基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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