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상외교 파트너 해부 ① 부시 미국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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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5~21일 미국·일본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한다. 그 밖에 올해 중국·러시아 등 주요국 정치 지도자들과도 만날 전망이다. 외교에선 공적 업무 이외에 사적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이를 위해선 상대방의 개인 생활, 취향 등을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다섯 차례에 걸쳐 해부해 본다. 편집자

◇독서=부시 대통령에겐 카우보이 이미지가 있다.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카우보이 복장으로 픽업 트럭을 모는 걸 즐길 뿐 아니라 힘으로 밀어붙이는 외교정책을 구사해 왔기 때문이다. 말할 땐 종종 문법이 틀리고, 횡설수설하는 경우도 있어 그를 ‘책과는 거리가 먼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꽤 많다.

하지만 그는 상당한 독서광이다. 1년에 100권 정도 읽는다. 그것도 어려운 책을 주로 읽는다. 역사와 사회과학 서적을 특히 좋아한다.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사학도다운 취향이다.

부시는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앨리스테어 혼이 제1차 세계대전의 베르덩(Verdun) 전투에 대해 쓴 『영광의 대가』, 알제리 전쟁(1954∼62)을 분석한 『야만적인 평화의 전쟁』 등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혼은 지난해 5월 백악관에서 부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책을 매우 꼼꼼하게 읽는 것 같았다. 나와 의견이 다르기도 했지만 아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시는 2006년 초 중국 공산주의 혁명가 마오쩌둥(毛澤東)의 전기를 읽고 나서 “마오의 폭압적 정책 때문에 수천만 명이 죽었다. 그가 얼마나 잔인한 폭군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에드워드 라드진스키의 『알렉산더 2세』, 마크 쿨란스키의 『소금』, 존 배리의 『무서운 인플루엔자』, 엘리엇 코언 전 국무부 자문관의 『최고사령부』 등도 부시의 애독서다. 소련에서 반체제 활동을 한 유대인으로 이스라엘 내무장관을 지낸 나탄 샤란스키가 지은 『민주주의론』도 탐독했다.

◇좋아하는 음식=부시가 지난해 9월 호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뷔페식으로 차린 오찬장에서 티본 스테이크 큰 것 1개와 소시지 2개, 새우 4개, 작은 당근 1개, 옥수수 조각 1개를 접시에 놓았다. 그걸 본 시드니대 보건연구소 비키 플러드 박사는 “부시의 접시에 야채가 부족한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시는 자신을 ‘미트 가이(meat guy)’라고 부를 정도로 고기를 매우 좋아한다. 간식으론 돼지 껍질 튀긴 것과 팝콘을 즐긴다. 부인 로라는 남편에게 토마토 등 야채와 과일을 챙겨 주며, 주방에 항상 유기농을 쓰라고 이른다.

부시는 멕시코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밀가루·옥수수 등으로 만든 빈대떡 같은 토티야(tortilla)에 고기 등을 말아 싼 다음 매운 칠리 소스 등을 쳐서 먹는 ‘엔칠라다’를 언제나 환영한다. 일요일 점심 땐 토마토 소스와 계란 반숙이 들어 있는 ‘우에보스 란체로스(Huevos Rancheros)’를 주로 먹는다는 것이 부시 1기 때 백악관 주방장을 맡았던 월터 샤이브의 이야기다.

◇취미=휴가 때 크로퍼드 목장에 가는 걸 좋아한다. 그곳에서 픽업트럭 몰기, 산악자전거 타기, 달리기, 낚시 등을 즐긴다. 워싱턴에선 매주 토요일마다 산악자전거를 탄다. 근교 벨츠빌의 경호요원 훈련장에서 약 90분 동안 상당히 빠른 속도로 달린다. 그러다 넘어져 얼굴과 코·허벅지·무릎 등에 촬과상을 입은 일도 여러 번 있다. 그런데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비가 와도 거르지 않는다. 자전거를 탈 땐 ‘아이팟’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는다. 그의 자전거는 3000달러(약 293만원) 정도 하는 최고급형이라고 한다.

부시는 리틀 야구선수 출신이다. 어릴 때는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겠다는 희망도 가졌다. 예일대에선 야구단 투수로 활동했으나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프로야구단 텍사스 레인저스를 경영한 적이 있고, 지금도 야구 경기 중계방송 시간을 수시로 챙겨 야구에 매우 박학다식하다. 레인저스 경기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꼭 중계방송을 본다고 한다.

◇패션=린든 존슨 전 대통령 이후 미 대통령 양복을 맞춰 주는 ‘조르주 드 파리’가 만든 고급 양복을 주로 입는다. 시카고의 최고급 양복점 ‘옥스퍼드’에서 만든 옷도 좋아한다. 부시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푸른색. 줄무늬가 있건 없건 푸른 넥타이를 매는 걸 즐긴다. 백악관에선 청바지가 금물이다. 부시가 직원들에게 입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은 예외다.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백악관에서 외국 귀빈 등과 사적으로 만날 때는 가끔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다고 한다.

그는 카우보이 차림을 좋아한다. 2004년 대선 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나타나 연설한 적도 있다. 부츠 중엔 뱀 가죽으로 만들어진 4000달러(약 400만원)짜리도 있다. 400달러인 고급 카우보이 모자도 갖고 있다. 매년 값비싼 카우보이 부츠나 모자를 선물로 받는 건 그가 카우보이 패션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여름에 산악자전거를 타러 갈 때는 촌스러운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6월 워싱턴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러 갈 때는 검은색 반바지에 흰색 반소매 셔츠를 입고, 야구 모자를 썼다. 그리고 구멍이 여러 곳 뚫린 까만 샌들 ‘크록스(Crocs)’를 신었다. 값이 20달러 안팎의 이 신발은 자전거 타기엔 어울리지 않는다. 어린이나 젊은이들이 물놀이를 할 때 주로 신는 신발이기 때문이다. 통풍이 잘 되고, 물이 잘 빠지게 구멍이 뚫린 크록스는 맨발로 신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부시는 그 위에 검은색 양말을 신었다.

◇건강=백악관은 “대통령이 일주일에 최소 6일은 운동을 한다. 건강은 최상”이라고 밝혔다. “오래전에 술과 담배를 끊은 것도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백악관 관계자는 밝혔다. 그의 나이는 62세이지만 체력은 50대 초반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7월 결장에서 폴립 5개를 떼어 내는 수술을 받았으나 암은 아니었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글=이상일 특파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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