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8호선 인력 13% 현업 배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가 전체 직원 6445명의 13%에 해당하는 840명을 14일부터 현업에서 배제하는 인사 발령을 냈다. 이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 구조조정의 본격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철도공사·지하철공사·시설관리공단·SH공사·농수산물공사 등 5개 공기업의 인력을 2010년까지 10%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3357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10일 발표하면서 이 중 840명을 현업에서 빼서 ‘서비스 지원단’(308명)과 ‘창의업무지원센터’(532명)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서비스지원단은 지하철 내 잡상인 단속 및 역무 지원, 창의업무지원센터는 스크린도어나 승강기 등의 유지 관리나 신규 사업 개발 업무를 맡게 된다. 그동안 하고 있던 업무에서 배제된다는 점에서 지난해 서울시가 꾸렸던 ‘현장시정추진단’과 같은 비슷한 성격이다.

서비스지원단과 창의업무지원센터에 배치된 인력은 도시철도공사가 조직 및 근무제도를 개편하고 남은 인력이다. 이들은 조만간 희망퇴직을 하거나 도시철도공사가 설립할 자회사로 옮겨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기에는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3급 직원과 연차가 적은 8, 9급이 대거 포함됐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노조는 11일 새벽 서울 성동구 용답동 본사 사장실을 점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14일 비상총회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조는 “사측이 2월 1일 노사 합의에서 비자발적인 강제 퇴출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놓고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시철도공사 노사는 구조조정을 둘러싼 대립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1월 말 파업 위기까지 갔었으나 막판 타협으로 파업은 피했다. 한편 지하철 1~4호선을 운행하는 서울메트로도 이미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서울 시내 지하철 운영기관 노사 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성시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