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동 풍물시장 시작부터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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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신설동 서울 풍물시장을 찾은 프랑스인 로랑 드 뤼스트락과 자녀들이 상품이 진열된 점포를 찾아 다니고 있다. 뤼스트락은 세일행사를 한다고 해 풍물시장을 찾았지만 행사가 취소됐다는 안내조차 받지 못하고 아이들과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사진=김성룡 기자]

13일 오후 서울 신설동 옛 숭인여중 자리에 새로 들어선 ‘서울풍물시장’. 서울시가 이날부터 사흘간 ‘이전기념 세일 행사’를 한다고 시민들에게 알렸지만 정작 장사를 하는 점포는 극히 드물었다. 26일 정식 개장에 앞서 임시로 문을 열겠다는 계획이 갑자기 취소된 탓이다.

시장 입구에선 현장에서 세일 행사가 취소된 사실을 알고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2층짜리 철골 구조물(연면적 1만1253㎡)에 천막 지붕을 씌운 현장 곳곳에서 망치질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고 일꾼들이 이리저리 짐을 옮기느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전날까지 동대문축구장에 있던 ‘동대문 풍물벼룩시장’에서 옮겨온 900여 명의 상인은 대부분 손님맞이를 제쳐두고 짐 정리에 바빴다.

김병환 서울시 가로환경개선담당관은 “상인들이 하루라도 빨리 장사를 하고 싶다고 요청해 서울시로선 11일 오후 급하게 ‘세일 행사’를 안내했다”며 “그러나 12일 오후 늦게 상인회가 스스로 준비가 부족하다며 행사를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13일 오후까지도 인터넷 홈페이지의 ‘새소식’ 코너에서 “13일부터 15일까지 개장을 앞두고 할인 이벤트를 연다”고 알려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상인들은 신설동 풍물시장이 성공하려면 교통개선과 홍보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설동 풍물시장은 골목 안쪽에 있어 신설동 로터리나 지하철 신설동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야 하고 주차장도 없다. 서울시는 시장 입구 쪽 거주자 우선 주차장 부지(694㎡)를 사들여 고객용 주차장을 만들 계획이다.

30년 이상 청계천과 동대문에서 장사를 했다는 고광선(50)씨는 “동대문운동장은 워낙 오가는 사람도 많고 교통도 편했지만 신설동 풍물시장은 아직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대형 풍선이라도 띄워 사람들이 위치를 쉽게 찾도록 하고 시장 홍보에도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3년 말 청계천 복원공사와 함께 황학동 벼룩시장을 철거하고, 2004년 1월 노점상들을 동대문축구장으로 이전시켰다. 그러나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을 헐고 그 자리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를 짓기로 하면서 노점상들은 4년 만에 다시 자리를 비켜 줘야만 했다.

글=주정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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