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로자문드 필처 세번째 장편 "귀향"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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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조개줍는 아이들』『9월』등의 소설로 일약 세계적 베스트셀러작가로 자리를 굳힌 영국의 로자문드 필처가 최근 3년만에 세번째 장편 『귀향』(원제:Coming Home)을 발표,세계 문단의 화제가 되고 있다.
꾸밈없고 솔직담백한 문장과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구성으로 잔잔한 감동을 전해온 필처는 이번 신작에서도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일상생활을 통해 재미를 이끌어내는데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열네살짜리 주인공 주디스 던바의 눈을 통해 전쟁의폐해를 고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주디스는 어머니와 언니가 지금의 스리랑카인 실론에 근무중인 아버지를 찾아감에 따라 콘월의 기숙사학교로 보내진다.휴일마다 숙모를 찾지만 골 프에 빠져 조카를 내팽개치는 바람에 주디스는 휴일에 더 진한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숙모 루이스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데 그때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부러워했던 친구들에 못지않은 유산 상속자임을 알아차린다.유럽이 전쟁을 향해 줄달음질칠 때쯤 주디스는 친구 러브데이의 오빠이자 젊은 내과의 제레미 웰스 와 불행한 사랑에 빠진다.
전쟁이 터지자 이들의 삶은 완전히 뒤틀려버리고 만다.정의감에불타던 주디스는 여군 입대냐,웰스와의 사랑이냐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그때 실론에서 싱가포르로 옮겨갔던 가족들의 사망소식이 날아든다.여기까지가 7백36쪽 분량의 방대한 스 케일인 『귀향』의 전반부이고 후반부는 전후 이 여성들이 겪는 삶과 사랑으로채워진다.어린시절부터 상상력이 유별났던 필처는 콘월주에서 태어났다.아버지가 당시 버마의 이와라디강 준설작업을 맡아 그곳에 머물렀기 때문에 그녀는 순전히 어머 니의 손으로 길러졌다.전쟁이 발발하던 당시 열여섯살이던 그녀는 공부를 그만두고 외무부에서 근무하다 해군에 지원,실론섬으로 파견되었다.
독일이 항복하던 날 영국의 「우먼 앤드 홈 매거진」에 『사소한 것들(These Little Things)』이라는 단편이 도착한다.이것이 필처가 쓴 첫번째 단편소설이다.당장 채택되어 잡지에 실렸음은 물론이다.그후로 그녀는 상이용사인 남편 그레이엄 필처를 만나 결혼하지만 생계를 위해 제인 프레이저라는 필명을 쓰며 닥치는대로 단편을 써야했다.
필처가 목돈을 쥔 것은 50대에 들어서였다.미국의 한 출판사에서 필처가 그동안 필명으로 발표했던 단편 여섯편을 사들였던 것이다.1988년에 발표한 『조개잡는 아이들』은 그녀에게 명성과 돈을 동시에 안겨주었다.아버지가 물려준 그림 『조개줍는 아이들』이 엄청나게 비싸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자식들이 서로 갈등을 겪다가 사랑으로 조화를 이뤄간다는 감동적 이야기를 그린 이작품은 미국에서만 수백만부가 팔렸다.외국소설에 관대한 우리나라에서도 필처의 인기는 예외가 아니다 .현재『귀향』도 김영사에서번역작업중이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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