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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걸려 병원 가도 최소 150 달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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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 24면

#1. 골프광인 한 캐나다 노인이 미국 플로리다주에 휴가차 놀러 갔다. 골프장에서 샷을 하다 팔 근육이 끊어졌다. 병원을 찾았지만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치료비가 2만4000 달러나 됐다. 기겁한 그는 당장 짐을 싸 캐나다로 돌아갔고, 고향에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치료를 받았다. 그 후 그의 친구들은 미국엔 하루를 놀러 가도 보험부터 가입한다.

영화 ‘식코’ 계기로 본 미국 의료제도

마이클 무어 감독(가운데)의 다큐멘터리 ‘식코’의 포스터 사진. 이 영화는 미국 의료보험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2. 교통사고를 당한 미국 여성 로라는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갔다. 일주일 뒤 무사히 퇴원한 그는 치료비 청구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구급차 이용료(보통 200~1000달러)를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보험사가 통보한 것이다. 사전 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빌미로 삼았다. 로라는 분개했다. “쓰러진 사람이 어떻게 휴대전화를 찾아 연락하란 말이냐”고.

해외연수, 장기 출장이나 자녀의 조기 유학으로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를 보는 순간 머리가 지끈 아플 것이다. 민간 위주로 운영되는 미국 의료보험체계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다는 점, 그래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민영보험 활성화’ 논의와 비교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만은 아니다. 앞서 든 사례는 미국에 여행을 가거나 유학을 간 한국인도 흔히 당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출국 전 가입할까, 현지서 할까
미국에 갈 때 보험을 꼭 가입해야 하나. 물론이다. 미국의 비싼 의료비는 악명 높다. 아무리 미국의 보험체계에 문제가 있다 해도 드는 게 낫다. 특히 연수나 유학 목적이라면 보험 가입은 필수다. 학교 측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연수나 유학, 장기 출장용 보험은 이름만 조금씩 다를 뿐 보장 내용은 동일한 장기 여행보험이다. 한국에서 가입한 뒤 출국할 때는 본인이 가려는 학교 규정을 꼼꼼히 체크해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에서 추가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교환교수나 대학 유학생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보험은 ^상해나 질병 치료 5만 달러 ^긴급후송비 1만 달러 ^유해 본국 송환비 7500달러 정도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단,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 국제신용등급 ‘A-’ 이상을 받은 보험회사의 상품이어야 한다.

보험료는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보험의 경우 연간 700~1200달러, 한국 내 시판 보험은 500~700달러다. 현지 보험은 대개 본인도 치료비의 25~30%를 내야 하는데 국내 시판 보험은 같은 질병으로 여러 번 의료기관을 이용하더라도 정해진 공제금(deductible·대개 100달러)만 본인이 부담하고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현지 보험은 기존의 병력(病歷)에 대해서도 보험 가입 후 약 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시판 보험은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원래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이 현지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거나, 심장병 환자가 갑자기 쓰러져 구급차를 타게 됐을 때는 본인이 모두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임신이나 출산, 치과 치료 등도 보장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침술이나 카이로프랙틱은 보험이 적용된다.

의료기관이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와 연계돼 있는지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보험사와 연계된 의료기관인 경우 치료가 끝난 뒤 본인 부담금만 내면 나머지는 병원이 알아서 보험사와 처리한다. 하지만 보험사와 연계가 없으면 먼저 진료비를 전액 계산하고 나중에 본인이 필요한 서류와 함께 보험회사에 연락해 돌려받아야 하기 때문에 고가의 치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보험 없을 땐 응급실에서 우선 치료를
문제는 돈이다. 미국인 가운데도 비싼 보험료 때문에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이 3000만~5000만 명에 이른다. 한국인 유학생이나 연수생 가운데는 학교 생활에 필수인 본인만 보험에 들고 가족은 무보험 상태로 두는 경우가 많다.

무보험인 경우 감기로 병원을 찾아가면 특별한 처방 없이도 150~250달러를 내야 한다. 보험이 없으면 아예 받아주지 않는 의료기관도 많다. 이럴 땐 응급실을 찾으면 일단 치료는 받을 수 있다. 또 진료비가 지나치게 부담이 될 땐 의료기관과 연계된 사회복지사를 통해 각종 지원금을 알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 보험에 가입하고 갔더라도 진료비가 100달러 미만인 경우엔 보험보다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우리로 치면 동네 보건소다. 어린이 예방접종 같은 경우 무료이거나 돈을 받더라도 싸기 때문에 유학생이나 기러기 가족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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