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배상이 블랙 컨슈머 양산” 미국서도 논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7호 10면

2005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햄버거 체인점에서 한 여성이 칠리(일종의 스튜)를 먹다가 딱딱한 이물질이 씹히는 걸 느꼈다. 뱉어보니 사람 손가락이었다. 이 사건은 이후 한 달 동안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여성은 햄버거 회사에 100만 달러(10억원)를 요구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여성의 자작극인 것으로 밝혀졌다. 2004년에는 자신의 딸이 라스베이거스의 한 체인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식중독에 걸렸다고 시비를 걸어 3만 달러를 챙겼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에는 버몬트주에 거주하는 20대 청년이 음식을 사 먹다 콘돔을 발견했다. 이 청년은 “심한 구토와 함께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그가 거액을 노리고 고의로 콘돔을 집어넣었다고 반박했다. 재판이 진행 중인 현재 이 사건 증거인 콘돔은 청년의 지하실 냉장고에 보관돼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블랙 컨슈머’가 종종 뉴스에 등장하곤 한다. 제품 하자 문제가 불거져 소송으로 이어지면 기업은 엄청난 규모의 피해 배상을 해야 한다. 실제 피해액뿐 아니라 형벌적인 요소로서의 금액까지 포함해서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되면 기업으로선 회생이 불가능하게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과도한 배상액이 블랙 컨슈머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문제 해결 방식이다. 정부 기관이 소비자 분쟁에 개입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일단 기업 자율에 맡긴다. 소비자와 기업이 협상을 하고, 여기에서 풀리지 않으면 소비자 관련 기관으로 넘어간다. OCAP 김태영 사무총장은 “기업도 투명하게 진상을 조사해서 실제로 제품에 하자가 있을 때에는 해당 제품을 회수·교환해주는 리콜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리콜을 하면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김 총장은 “당당하게 리콜을 하면 소비자 신뢰도가 더 높아지는 게 미국과 우리가 다른 점”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