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시대착오적 중국 봉쇄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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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은 아시아에서 패권을 노리는가.미국은 그런 위험이 크다고생각한다.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려 드는가.중국은 그렇다고 생각한다.다행히 봉쇄가 아니라면 적어도 중국 견제가 미국의 아시아정책의 방향추라고 의심한다.
1972년 닉슨의 역사적 중국방문이 있은 이후 1989년까지미국과 중국은 소련을 가상적으로 삼는 사실상의 전략적 파트너관계를 유지해왔다.그러다 천안문사태와 옛소련의 붕괴가 일어났다.
천안문광장에서 학생들의 정치개혁 요구가 피로 진압되는 사태에이르러 미국은 적극적으로 중국의 인권을 문제삼는 내정간섭적인 자세를 취했다.옛소련의 붕괴로 두 나라를 묶어주던 공동의 적(敵)이 사라진 뒤에는 어제의 파트너였던 중국을 경쟁자로 생각하는「중국 다시보기」가 시작됐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지키고 전파하는 것이 미국의 숙명이라고 생각하는 우드로 윌슨의 망령과 미국의 외교정책은 세력균형 위에 계산된 국가이익의 추구가 최대의 목표라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망령이 동시에 되살아나 부시와 클린턴의 중국정책을 좌우하고 있는 꼴이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이후로는 1940년대 중국의 내전때 장제스(蔣介石)를 지원한 차이나로비의 맥을 잇는 대만로비가 부활해 美中관계를 더욱 냉각시키는 조치를 주도하고 있다.美中관계 악화의 가장 큰 원인 의 하나가 된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의 미국방문과 장제스의 미망인 쑹메이링(宋美齡)의 이례적인 의회연설도 모두 공화당내 차이나로비의작품이다.
중국 봉쇄론의 근거는 무엇인가.중국은 사회주의체제의 붕괴에도불구하고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다.광대한 국토에 12억의 인구,연간 8~10%의 경제성장,연간 6천만명의 노동인구 증가,3백20만명의 병력을 가진 군사력,핵무기보유,계속 되는 핵실험,97년의 홍콩 인수등.그러나 중국이 2020년까지는 초강국이 된다는 근거로 제시되는 이런 수치는 중국이 21세기 중반에 가서야 선진국 수준이 된다는 또다른 전망,덩샤오핑(鄧小平)사후 중국의 불안요소,중국의 국방비가 93 년 기준으로 미국의 2.
5%,일본의 2%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고려에 넣지않고 있다.
미국은 중국봉쇄정책을 부인한다.그러나 행동은 다르다.클린턴은「평화를 위한 파트너」라는 구상을 제시했다.그것은 옛소련을 구성하고 있던 공화국들과 동구 위성국들이 모두 참여하는 느슨한,그리고 막연하기 짝이 없는 집단안보체제로서 중국 을 겨냥한다고널리 해석되고 있다.실현성은 없으면서 중국을 자극하기에는 알맞다. 지난 6월8일자 뉴욕타임스에는 베트남전쟁이 끝난뒤 용도폐기로 해체된 동남아조약기구(SEATO)를 부활시킬 준비를 촉구하는 수상쩍고 불길한 칼럼까지 실렸다.
「평화를 위한 파트너」가 중국을 배후에서 압박하는 것이라면 미국-베트남 수교와 베트남의 동남아국가연합(ASEAN)가입은 전면에서의 중국봉쇄전략이라고 하겠다.
올봄에 발표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보고」에는 미국이 앞으로이 지역에 10만명의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안보공약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소련이라는 위협이 없어진 지금 10만명의 미군과 안보공약의 대상이 어느 나라이겠는가.
미국의 중국견제는 냉전이후 아시아의 신질서도 강대국 주도로 흐른다는 위험신호다.그런 전략은 한반도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미쳐 한반도문제 해결을 부지하세월로 유예시킬 것이다.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어느 나라도 미국의 중국봉쇄에 동 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클린턴외교팀은 지역국가들의 동조없는 중국봉쇄는 미국만을 고립시킬 것이라는 키신저의 경고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국제문제大記者.常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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