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블로그] 경유값은 '정유사 입맛대로'

중앙일보

입력

1리터 1580.75원. 지난주(4월 첫째주)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가격이 1리터에 1580원을 넘어섰습니다. 같은 기간 휘발유값은 1리터에 1681.93원. 경유가 휘발유값의 94%에 육박했습니다. 서울의 경유값은 1648.10원으로 1리터에 1729.74원인 휘발유값의 95%를 넘었습니다.
기름을 넣는 것은 고사하고 주유소 앞을 지나가기도 답답할 지경입니다.

하지만 국제시장에서 경유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에 따르면 어제 10일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경유값은 1배럴에 143.58달러(본선인도가격 기준)를 기록해 전날보다 3.8달러나 올랐습니다. 지난 주말 1배럴에 133.79달러였으니 1주일새 10달러 가까이 뛰었습니다. 국제시장에서 경유값은 3월 세째주(17-21일) 1리터에 132.42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다소 주춤했지만 4월 들어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월요일인 7일 1리터에 136.90달러, 8일 139.63달러, 9일 139.78달러에 이어 10일 140달러를 돌파한 것이죠. 국내에서도 경유값이 꿈틀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국내 경유값은 이번주 잠잠합니다. 국내 정유회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되레 조금씩 내렸더군요.국내 최대 정유회사인 SK에너지의 경우 10일부터 공급 기준가격을 1리터 1567원으로 전주보다 6원 내렸습니다. 대신 휘발유값을 1리터에 1617원으로 7원 인상했습니다. GS칼텍스는 휘발유값은 1리터에 1600원으로 동결했지만 경유는 1리터에 1555원으로 15원 인하했습니다.정유사가 공급하는 경유 기준가격은 지난달 10일 유류세 한시 인하조치로 1리터에 58원(세금인하분) 내렸지만 20일 75원, 27일 45원 큰폭으로 올렸습니다(SK에너지 기준). 1리터에 1573원이 되었습니다.

주유소에서 파는 경유값도 덩달아 뛰어 휘발유에 비해 경유값이 너무 뛴다는 불만이 고조되었죠.4월 첫주 정유사의 공급가격은 내렸습니다.경유 1리터 공급 기준가격은 1리터에 1573원으로 2원을 내렸습니다. 이번주 다시 또 인하했습니다.

국제시장 경유값은 3월 네째주 한번 살짝 내렸는데 국내 정유회사는 2주 연속으로 내렸습니다.

국내 정유회사들은 휘발유, 경유 등 출고가격을 결정할 때 국제시장의 원유가격,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후행(後行)하겠죠. 1주전 국제가격을 기준으로 결정한다는 말도 있고 2주전 국제가격을 참고한다는 말도 있습니다.여기에 달러 환율도 고려하겠죠.하지만 국내 정유사마다 그 기준은 다르고 또 각사가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주유소는 정유사가 제시하는 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럼 정유회사가 매주 제시하는 공급가격이 타당할까요.

국내 공급가격과 외국 수출가격을 비교해보겠습니다.

국내 4개 정유회사가 지난 2월 공급한 경유 평균가격은 1리터에 707.32원입니다. 최신 자료로 한국석유공사가 조사한 것입니다. 세금을 뺀 순수 기름값이죠.같은 달 수출가격은 얼마였을까요.

관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무역통계조회' 사이트가 있더군요. 거기에서 '품목별 월별 수출입실적'을 살펴보니 올 2월 경유 수출량은 119만1435톤(출항일 기준)으로 금액으로는 9억5630만5000달러(본선인도가격)였습니다.

리터로 환산해야겠죠. 계산이 쉽지는 않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에 들어가면 '석유제품간 환산표'라는 게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경유는 1톤이 7.5배럴이더군요. 또 1배럴은 158.984리터입니다. 2월 수출한 경유 119만1435톤은 리터로 환산하면 14억2064만3265.3리터입니다. 외환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 2월 달러 평균환율은 944.69원이더군요.수출액 9억5630만5000달러는 원화로는 9034억1177만450원입니다.

따라서 국내정유사가 외국에 수출한 경유 1리터 평균가격은 635.9원입니다. 수출가격이 국내 공급가격보다 너무 낮다고요.너무 흥분하지는 마십시오. 정유회사는 석유제품을 수출하면 원유 도입땐 낸 수입부과금을 되돌려 받습니다. 1리터에 16원입니다.

국내 정유사가 2월 경유를 수출하고 받은 돈은 1리터에 651.9원으로 봐야 합니다. 결제 기간 등 변수에 의해 조금 차이가 날 수는 있습니다. 어째든 경유 국내 공급가격 707원보다 50원 이상 낮습니다.

이번엔 경유 수입가격을 알아볼까요. 관세청에 따르면 올 2월 경유 수입량은 3863톤으로 총 가격은 316만7000달러(CIF 기준)였습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경유 1리터 수입가격은 649.2원입니다. 수출가격과 거의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도입단가는 여기에 수입부과금과 3%의 할당관세를 더해야 합니다. 수입부과금은 1리터에 16원, 할당관세는 1리터에 19.5원이니 실제 수입가격은 684.7원입니다.국내 정유사의 수출가격보다는 비싸지만 국내 공급가격보다는 쌉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들어오는 경유는 극히 적은 양입니다. 이 가격으로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는 이야기죠. 이는 국내 정유회사가 국내 출고가격과 외국 수출가격을 적절히 조절한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국내 정유회사가 이번주 주유소에 공급하는 경유 기준가격을 내렸다고 했죠.

이런 면도 있더군요."실제 공급가격까지 내렸다고 보면 큰 오산입니다" 어느 주유소업자의 이야기입니다. 국내 최대 정유사 SK에너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4844억원이었습니다. 2006년보다 27% 늘었습니다

(기자블로그 '정유사 휘발유 수출로 떼돈 벌까'). S-oil도 1조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노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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